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간 회담의 주요 의제는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우리 정부의 참여 확대 문제였다.

라이스 장관은 유엔 결의안 1718호의 이행에 힘을 싣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검문에 공조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선박 검문 문제는 유엔 결의를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회담의 성격에 대해 상대에 대한 설득 차원이 아니라 '의견 교환'이었다고 말했다.


◆미(美),"PSI=무력충돌 아니다"

라이스 장관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에 뭘 해야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중요한 건 북한이 핵무기나 핵기술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또 "그동안 국제법에 따라 PSI가 효과적으로 적용돼 왔고 무력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라이스 장관은 한국정부가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며 PSI 전면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자 "무력충돌 없이 북한 선박을 검색할 수 있다"며 모종의 기술지원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 장관은 이와 함께 "(PSI로) 현재의 긴장을 확산,심화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북한의 핵무기 및 핵기술 거래를 막기 위해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 PSI에 어떻게 참여할지 논의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한국의 PSI 참여 확대를 거듭 요구했다.


◆정부측,"전면 참여 시간 걸린다"

반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 핵실험 후 채택된 유엔 결의를 유엔의 회원국으로서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면서 "지난 7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채택된 유엔 결의안도 우리가 가장 먼저 지지를 표명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회담에서는 PSI 전면 참여가 시기상조라는 정부 입장이 미측에 전달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날 회담 직후 청와대로 예방을 온 라이스 장관에게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가운데 외교적 해결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SI의 전면적 확대에 사실상 반대의사를 전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우리측 입장을 상세히 역설했고 라이스 장관은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는 후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라이스 장관은 PSI 참여 여부는 한국의 주권 사항"이라고 말했으며 PSI에 대한 서로 간의 이견이나 충돌은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나 외교장관 간 회담을 통해 PSI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김홍열·정지영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