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베트남전 유사성 인정 발언 파장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이 강화된 것을 베트남전 때 베트콩의 '구정 대공세'에 비유하는 것을 인정한 발언을 놓고 미 언론이 시끌했다.

1968년 베트콩의 구정 대공세는 당시 미국의 베트남전 반대 여론을 결정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돼 결국 린든 존슨 대통령이 재선 포기를 선언하게 되는 등 베트남전의 최대 국면 전환기로 간주되고 있다.

군사적인 측면에선 베트콩이 구정 대공세에서 패했으나 정치심리적으론 승리를 거뒀다는 게 역사가들의 평가다.

그래서 AP통신은 부시 대통령이 18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뉴욕 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가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세 강화를 베트콩의 구정 대공세에 비유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맞는 비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는 소리에 "이라크에 있는 장군들과 야전군인들은 몸서리쳤을지도 모른다"고 19일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답변의 문맥을 따져보면, 현 이라크 국면이 구정 대공세 때와 같이 미국측에 내리막 길로 들어섰다는 게 아니라, 베트콩이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그런 공세를 폈던 것처럼 이라크 저항세력도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최근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라크전에서 밝은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선거전에서 고전하고 있는 공화당 입장에서 보면, 부시 대통령의 비유 인정 발언은 민주당측에 더없이 좋은 공세거리다.

이에 따라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부시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는 데 땀을 뺐다.

스노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테러리스트들이 TV화면 등 미디어를 이용해 미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으로 이전부터 해온 말이라고 강조했다.

스노 대변인은 "추호의 의심도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이라크에서) 이기겠다는 결의에 찬 대통령을 가졌기 때문에 이길 것이라는 점"이라며 "부시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일어난 일이 이라크에선 재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P통신은 이라크전과 베트남전의 다른 유사성을 새로 제시했다.

이 통신은 "베트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과 접수국인 이라크 정부간 전쟁 수행의 구체적인 전술을 놓고 이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와 이라크 정부는 수니파 저항세력에 대한 사면문제를 놓고도 이견을 빚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저항세력 사면안은 당초는 나우르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취임 때 국민화합책 24개의 하나로 제시했던 것이나, 당시엔 미 정부가 미군을 죽인 저항세력은 사면 대상에 포함시켜선 안된다는 이유로 반대한 바람에 흐지부지됐는데, 최근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당국에 수니파 저항세력을 사면토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
지난주 이라크 의회가 18개 주(州)에 대해 종교나 인종에 따라 자치지역이나 연방지역을 택할 수 있도록 한 입법조치에 대해서도 미 백악관은 19일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라크 의회의 이러한 조치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주도의 이라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건의안과 일부 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라크 분할은 "논외의 것"이라고 일축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