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타고는 튀니지 수도 튀니스 북쪽으로 20km 정도 거리에 있다.

이 카르타고의 높은 언덕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면 금빛 모래사장과 옥빛 바다,청록색의 하늘이 손짓하는 풍광을 볼 수 있다.

내가 정말 소개하고 싶은 튀니지의 '보석'이라 할 만한 '시디 부 사이드'(sidi bu said)란 해변이다.

시디 부 사이드는 '성부(聖父) 사이드'란 이름에서 따온 자그마한 마을.

해변과 날씨가 워낙 청명하고 좋아 프랑스 문인인 앙드레 말로는 "하늘과 땅,바다가 하나가 되는 도시"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이 마을의 집들은 모두 흰색으로 채색돼 있으며 창틀이나 테라스 등만 청색으로 칠해져 있다.

한 음료회사의 TV CF광고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중국에선 빨간색 창틀이 전통 색깔이지만 우린 푸른 색이다.

한편으론 아주 깨끗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이런 집들이 연이어 있는 마을 길을 산책하다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역시 프랑스 문인인 라 마르틴의 표현을 빌자면 '하늘을 나는 느낌'이다.

예전엔 여름 별장으로 이용되던 집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일년 내내 사는 주민들로 가득하다.

해변에서 이런 모양의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노라면 '여유로움'에 물씬 빠져든다.

역사적으로 문화의 교차로였던 만큼 커피도 아랍식,터키식,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등 실로 다양하다.

물론 우리는 그 모든 커피를 그냥 아랍 커피라고 부르지만 말이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와인도 그 맛이 유럽산에 떨어지지 않는다.

시디 부 사이드는 특히 갤러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예전부터 화가들이 많이 찾던 곳이다.

20세기 초에 굉장히 유명한 미술학교가 생겨나기도 했다.

음악박물관도 볼 만하다.

인접한 카르타고의 이름을 딴 카르타고 페스티벌이 7~8월에 열리는데 개최 장소가 바로 시디 부 사이드다.

이 축제엔 각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팀들이 모여든다.

올해는 한국팀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역사가 40년 이상 된 해외 문화교류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나도 튀니스에 있을 때 카르타고 페스티벌에 자주 가보았다.

상당히 역동적인 페스티벌이다.

외교관인 나도 아직 못가본 나라들의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지난 8월 휴가차 고국 튀니지에 갔을 때에도 시디 부 사이드를 찾았다.

마침 페스티벌이 끝나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편안히 쉬었다 왔다.

개인적으론 '영혼이 쉴 수 있을 만큼 편안한 곳'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튀니지는 아주 열려있는 나라다.

지중해와 접해있는 해안선만 1300km다.

국민성도 상당히 관용적이고 이해심이 많다.

3000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카르타고 로마 비잔틴 아랍 스페인 터키 프랑스 등 역사적으로 여러 문화가 모여들어서 그런 것 같다.

종교도 이슬람이 대부분이지만 기독교와 유대교인도 있으며 자유롭게 종교생활을 하고 있다.

시디 부 사이드 해변에선 우리 무슬림들도 짧은 반바지를 입고 해변을 거닌다.

옷차림은 상관없다.

물론 시디 부 사이드는 유럽적인 이미지가 다분하다.

지중해 유럽문화와 직접 접해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1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총 50개 도시에 직항로가 개설돼 있다.

국제공항만 6개에 달한다. 유럽 휴양객들이 그래서 많다.

문의 주한 튀니지대사관(ambtnkor@kornet.net)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