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골퍼 김영태씨(34).그는 지난 주말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중국 옌타이로 '골프 투어'를 다녀왔다.

2박3일간 54홀을 돌고 관광과 가벼운 술까지 즐기는 데 쓴 돈은 97만원 정도.그린피와 왕복 항공료,호텔 숙박비,아침·저녁 식사비는 59만9000원짜리 골프 패키지 상품 하나로 다 해결했다.

이 패키지 상품에는 인천공항세와 중국 현지 공항세까지 포함돼 있어 김씨는 출국부터 중국에 도착할 때까지 지갑을 꺼낼 일이 없었다.

그가 중국에서 추가로 쓴 돈은 54홀을 돌면서 낸 캐디피(4만3000원)와 카트피(4만7000원),캐디팁(1만5000원),클럽하우스 점심값(2만원) 등 12만5000원과 발 마사지비(2회 4만원),술값 20만원 정도다.

김씨는 "한국에서 이만큼 골프치고 술까지 먹으려면 이 돈으론 어림도 없다"며 "부킹도 안 되는 한국에서 비싸게 골프칠 바에 기회가 되는 대로 해외에 나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4명이 한 팀을 이뤄 중국 옌타이나 웨이하이,태국의 방콕 파타야 같은 곳으로 54홀짜리 골프 투어를 갈 경우 순수하게 골프 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따지면 주말 기준으로 7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H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이나 동남아 골프 투어의 경우 여행사 간 경쟁은 물론 항공사 간 경쟁이 심해 패키지 상품 가격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도 95만원 정도만 내면 나고야 인근 골프장에서 3박4일간 마음껏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 주말에 54홀을 치려면 순수하게 골프비만 계산해도 서울 인근 골프장의 경우 보통 75만원,제주도는 95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사업상 중국 골프장을 자주 찾는 의류업체 W사의 강모 이사는 "서울 인근 골프장의 경우 주말 그린피가 18홀당 20만원 정도인데다 캐디피나 카트피까지 더하면 25만원은 족히 들지만 중국은 그린피가 5만~6만원에 불과하고 캐디피나 카트피를 합쳐도 8만~9만원 정도"라며 "가격만 놓고 보면 도무지 경쟁이 안 된다"고 밝혔다.

해외 골프 관광객이 늘면서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은 제주도 내 골프장. 운용 중인 골프장이 18곳,사업승인을 받은 곳이 15곳,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곳과 예정지로 지정된 곳이 4개에 달한다. 이 지역 골프장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골프장들이 '제주도와 비슷한 날씨에 인천공항에서 1시간'이란 구호를 내세워 한국 골퍼들을 유혹하면서 도내 골프장들이 공멸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