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트루먼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마틴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게 '배신자'라 쏘아붙였다.

자기가 임명한 마틴이 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금융긴축을 실시해 아이젠하워와의 대선에서 패배케 했다는 질타였다.

1980년 레이건에게 져 재선에 실패한 카터의 한 측근도 당시 볼커 의장을 향해 '당신이 인플레를 잠재우면서 정권의 숨통까지 끊었다'고 공격을 퍼부었다.

또 1998년 부시 전 대통령은 그린스펀을 지목하며 '만약 금리가 좀 더 인하되었더라면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다.

나는 그를 재신임했지만 그는 나를 실망시켰다'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백악관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비밀의 신전' 미국 중앙은행은 어떤 곳일까.

현 14대 의장을 다룬 '세계의 경제대통령 버냉키 파워'(가토 이즈루 외 지음,우성주 옮김,달과소)는 FRB 연구의 결정판으로 손색이 없다.

말 한 마디로 세계증시 시가총액을 1조달러 가까이 늘게 하고 한국 주가도 40포인트나 치솟게 만드는 막강한 영향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분석했다.

버냉키의 출생과 성장과정,논문 강연 의회 증언을 입체적으로 소개해 어떤 경제관의 소유자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기구의 역사와 조직구성,정치권과의 관계,독립을 얻기까지의 과정 등 아직 보도되지 않은 무대 뒤편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금융시장에서는 북한 핵실험보다 파괴력이 큰 버냉키의 입.그의 정책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작업은 곧 생존의 키워드다.

320쪽,1만5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