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중국 탕자쉬안 국무위원의 중재외교가 북핵문제의 해결 돌파구를 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탕 위원에게 조건을 달긴 했지만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관측된다.

2차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압박과 경고를 담은 '채찍'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관련국들이 바라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중국의 압박

중국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외교적 해결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북한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1차 실험만으로도 한반도의 비핵화원칙을 고수하려는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2차 실험은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압박 수단은 많다. 중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전량,식량의 절반을 대주는 나라다. 또 1차 핵실험 후 북한에서 유일하게 중국으로 통하는 단둥(다른 3곳의 통상구는 닫힘)의 세관에서 화물 검색을 시작하고 중국은행들의 대북 송금을 금지함으로써 압박 의지를 보여줬다. 북한을 고립시킬 수 있는 지렛대(수단)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접경지역 통제를 철저히 하겠다는 뜻을 미국에 약속하기도 했다.

탕 위원은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그대로 전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이 금융제재 등으로 압박해 핵실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미국을 비난했지만,중국의 압박을 의식해 '원인을 먼저 제거해 준다면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탕 위원이 김 위원장과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했고,어떤 합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이 북한을 코너로 몰지만은 않았다.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제스처도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탕 위원은 이와관련,"미국이 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취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북핵)문제는 중대 시점에 도달했으며 모든 당사자들이 냉정을 유지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박 일변도의 미국에 자세 전환을 요청한 셈이다.

○미국과의 온도 차이

중국이 사태 해결을 바라지만 외교적 해결이나 6자회담 복귀까지는 갈 길이 멀다. 대북제재를 놓고도 중국과 미국의 온도 차이는 크다. 20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리자오싱 중 외교부장 간 회담에서 시각 차이는 드러났다. 라이스 장관은 리 부장에게 "유엔 안보리 결의의 전면 이행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리 부장은 이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냉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원자바오 총리도 "한반도 핵문제를 외교적 수단과 대화를 통해 푸는 것이 모든 당사국에 유리하다"면서 "이것 말고 다른 선택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의 핵심인 북한 화물 검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 중국이다.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을 해상에서 가로막고 화물을 검색하는 수준의 제재는 무력 충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한을 6자회담의 테이블로 불러오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 북한은 전제조건으로 금융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중재할 수 있는 여력은 그다지 많지 않다. 북핵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