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해 미국과 계속 '엇박자'를 낸다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주장했다.

WSJ는 '김의 서울 형제들'(Kim's Seoul Brothers)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9일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의 조건을 유엔 대북 제재 결의와 일치시키도록 하겠지만 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대변인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유엔 안보리 제재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WSJ는 이를 한국이 미국과 계속 '엇박자를 내는 것'이라면서 그 대가로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협상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통상 무역과 안보 문제를 분리하지만 한국측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을 통한 대북 현금 전달은 예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한국 정부의 '볼품 없는'(misbegotten) 햇볕정책의 상징이라고 지적하고 이 같은 사업들이 지난해 10억달러에 달하는 남북 교역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어 협상 초기부터 대부분의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FTA 성사 여부에 회의적이었으며 공화당원들도 불량국가인 북한을 지지해 미국의 안보를 노골적으로 저해하는 한국과의 FTA 협약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No chance)고 강조했다.

WSJ의 이러한 주장은 안보 문제와 FTA는 별개의 사안이며 FTA는 오로지 경제 논리로만 진행돼야 한다는 한·미 양국 당국의 공식 입장에 배치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미국의 자본이 상황에 따라 '순수한 경제 논리'라는 입장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자 오는 23일부터 5일간 제주도에서 열릴 4차 FTA 본 협상을 앞두고 미국 재계와 정부가 뒤로 손을 잡고 선제적 공세를 펴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