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의 큰 어른이 돌아가셨다.큰 슬픔이다"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최 전 대통령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외교부의 관계자들은 비통해했다.

일반인에게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제10대 대통령에 올랐다가 전두환(全斗煥) 군부세력에 의해 하야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지만 최 전 대통령은 사실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외교관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과거 외무부 시절 통상국장과 한일 회담대표, 주일본 공사, 외교부 차관과 말레이시아 대사를 거쳐 1967년부터 71년까지 제14대 외무부 장관을 지냈다.

한마디로 대한민군 건국 이후부터 경제발전 시기를 거쳐 한국 외교에 큰 족적을 남긴 분으로 외교부 후배들은 기억한다.

최 전대통령의 사위도 외무부 후배(외시 7회 서대원 대사)다.

추규호 외교부 대변인은 "요즘 젊은 외교관들은 최 전대통령의 존재를 잘 모르지만 그분은 한국 외교의 기초를 닦은 분"이라면서 "외교보국의 가치를 가장 구체적으로 실천한 인물이었다"고 추모했다.

추 대변인은 또 "최 전 대통령께서는 특히 한미방위조약 등 중요한 외교문서는 자구 하나하나까지 모두 외울 정도로 한미 동맹에 기울인 노력이 각별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특히 박 전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복잡했던 시절 "그분의 고뇌하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이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유엔의 수장으로 선출된 직후 최 전 대통령이 서거해서인지 외교부 당국자들의 감회가 남다른 것 같았다.

반 장관은 최 전대통령의 국장 절차를 지켜보면서 추모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교부는 국장 절차가 확정되면 외교부 차원에서 적극 참여할 방침이라고 추 대변인이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