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지 1주일을 넘기면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놓고 관련국들 간에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이 지난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한테 들었다는 '추가 핵실험 포기'나 '6자회담 복귀'의 속내와 진위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공을 미국에 차다= 김정일 위원장은 금융제재 완화 등이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해법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금융제재 해제 여부를 떠나 과거와 달리 중국에 유연한 자세를 보일 수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점이 주목거리다.

탕 위원의 방북은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특사자격이지만 동시에 미국을 대신해서 북한과 마주앉았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상황에 따라 다른 태도를 나타낼 수 있고, 앞으로의 사태 변화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을 향해 조여오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압력에서 일단 벗어나려는 시간벌기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미국,양보는 없다=라이스 국무장관은 일부 언론보도와 달리 탕 위원으로부터 "추가 핵실험을 안하기로 했다거나 6자회담 복귀를 제안했다거나 하는등의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21일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리고 금융제재 완화 같은 조건을 달지 않은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예전과 똑같은 입장이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그들(북한)은 언제든지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 조건만 없다면" 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은 탕 위원이 전한 내용에 상관없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21일 홍콩을 비공식 방문,홍콩 관리들과 마카오은행의 북한 관련 계좌동결 등을 긴급 점검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에선 힐 차관보의 행보가 북한이 요구한 금융제재 완화와 관련있을 것으로 보지만 미국이 대북 압박을 먼저 풀 가능성은 '제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국,북한 묶고 미국 압박=중국은 2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송금제한,관광불허,수출물품 검색강화 등 북한에 대한 다양한 제재 조치를 실시 중이지만 상징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에 여전히 난색을 표명하는 등 북한을 의식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번 탕 위원의 방북 이후 목소리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주도적으로 대화의 실마리를 만들어냈고,북한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향후 사태가 중국이 원하는대로 안정 속에서 대화로 풀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유지,혹은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의 룰을 지키는 동시에 어렵사리 만들어진 대화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