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영 성묘를 위해 대구를 방문 중인 전 전 대통령은 최 전 대통령의 소식을 접한 뒤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안타깝다"는 말을 했으나 이 밖에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수행한 측근이 전했다.

한 측근은 "본인의 직전 대통령인 데다 좋든 싫든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아 보였다"며 "소식을 듣자마자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로) 올라가자'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건강상태가 악화돼 서울 연희동 자택에 머물고 있는 노 전 대통령도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안타깝다"는 짧은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현재로서는 조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최 전 대통령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외교통상부 직원들은 "한국 외교의 큰 어른이 돌아가셨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추규호 대변인은 "고인은 한국 외교의 기초를 닦은 분"이라면서 "외교보국의 가치를 가장 구체적으로 실천한 인물이었다"고 추모했다.

여야 정치권도 일제히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지만 최 전 대통령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최 전 대통령은 1980년대 격동의 세월과 군부의 정치 개입 과정에서 굴절된 영욕을 함께 했다"며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고인은 어려운 격동기에 국가를 위해 헌신했고 평소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로 국민에게 모범이 된 분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은 "최 전 대통령은 신군부의 압력에 의해 사임한 불의의 대통령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과정에서 끝내 말문을 열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쉽다"고 논평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