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고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에는 22일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유엔사무총장 임명자),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정·관계 인사와 지인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또 빈소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 사회 각계에서 보낸 조화로 가득했다.

오후 2시10분께 빈소를 찾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고인의 영정 앞에서 묵념을 한 뒤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김 전 대통령은 "더 살 수 있는 나이인데 조금 일찍 돌아가신 것 같다"면서도 "고인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당시 야당 총재로서 두 차례 찾아가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하자고 권유했지만 고인은 우선 남미와 유럽의 선거제도를 시찰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권유를 거절한 적이 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오후 2시55분께 빈소를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규하 전 대통령은 외교계의 중진으로서 국가에 큰 공헌을 한 분"이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고인은 중후하고 성실한 인격으로 여러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며 "내가 국회의원 시절 당시 장관이었던 최 전 대통령과 같이 국사를 논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임명자는 "당선 이후에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접견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접견을 못했는데 이렇게 아프실줄은 몰랐다"며 고인의 별세를 안타까워 했다.

그는 "최 전 대통령이 (반 임명자의)사무총장 당선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셨다는 말씀을 유족으로부터 들었다"며 "인생의 사표로 늘 배우려고 했던 분이 세상을 떠나 마음이 착잡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고인은 유신과 12ㆍ12사태 등을 거치면서 변화와 굴곡 및 역경을 함께 하셨으며 '말 없음'으로 말씀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모교인 대구공고 체육대회 참석차 대구를 방문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듣고 남은 일정을 취소한 채 23일 서울로 돌아와 빈소를 찾아 조문할 계획이라고 전 전 대통령 측근이 전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