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GC(파72)에서 열린 제7회 하이트컵 여자프로골프 챔피언십(총상금 4억원) 최종 라운드.17번홀(파4)에서 문현희(23·휠라코리아)가 15m짜리 롱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3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을 때 우승컵의 주인공은 이미 결정된 듯했다.

그러나 18번홀(파5)에서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문현희는 티샷이 우측 러프로 날아가자 아이언으로 세컨드 샷을 했다.

우드로 무리하게 거리를 내기보다 해저드 앞까지 안전하게 보낸 뒤 파만 하겠다는 전략.그것이 화근이었다.

서드샷 미스가 나며 볼이 그린 앞 해저드로 빠지고 말았다.

그 사이 신지애(18·하이마트)는 웨지로 서드 샷을 홀 60cm 옆에 떨구며 버디를 예약했다.

문현희가 더블 보기를 하면 연장으로 가야 할 상황.문현희는 자신이 좋아하는 거리에서 드롭한 뒤 다섯 번째 샷을 했다.

그러나 홀을 7m나 지나쳤고 가까스로 2퍼트로 마무리하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18번홀에서 치른 연장 첫 번째 홀 문현희는 또 위기를 맞았다.

서드 샷이 그린 우측에 떨어진 것.반면 신지애는 8m 버디 찬스.문현희의 어프로치 샷은 홀을 스치며 1.5m 지점에 멈췄고 신지애의 버디 퍼트는 1m 정도 지나쳤다.

둘은 이 거리에서 똑같이 파 세이브에 실패하며 연장 두 번째 홀로 넘어갔다.

문현희는 잘 맞은 티샷에 이어 우드로 그린 앞까지 볼을 보냈다.

반면 신지애는 세컨드 샷이 해저드 옆 바위 아래 깊은 덤불 속으로 떨어지며 '언플레이어블 볼'(1벌타 부과)을 선언했다.

이어 네 번째 샷마저 그린 우측에 떨어진 뒤 그린 밖으로 굴러 내려갔다.

결국 더블 보기.문현희는 침착하게 파를 세이브하며 숨막히는 접전을 마무리했다.

2003년 프로에 입문한 문현희는 2005년 1월 대만에서 열린 레이디스 아시안골프투어(LAGT) 유이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9개월 만에 2승째를 안았고 국내 무대에서는 데뷔 후 첫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억원.신지애는 아깝게 2위에 머물렀지만 상금 3400만원을 받음으로써 시즌 상금이 3억1500만원이 돼 한국 여자프로골프 사상 처음으로 상금 3억원을 돌파한 선수가 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