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이라크전이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반전에 대한 요구들은 그다지 가시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 이라크에선 목숨에 대한 불안감이 도처에서 퍼지고 있다. 쿠르드 북쪽 지역은 어느 정도 안전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니파와 시아파의 싸움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라크 군대 쪽은 상황이 낫지만 경찰 병력은 반란 세력에 습격당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이란제 폭발물들은 미국 군대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의 폭력 사태는 더욱 번지고 있다. 미국이 현재 그 운명을 다하고 있는 이라크전을 수년 내에 정당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지금 미국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다.

이라크전에 대한 '플랜 A'는 13만~14만명에 달하는 군 병력의 희생을 불러왔다. 도처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고 그것들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라크전의 지지 세력은 점점 감소하고 있고 더 이상의 진전 가능성도 없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이때 대안(플랜 B)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적을 이용하기=미국의 초당파 단체인 이라크스터디그룹(ISG)은 미국이 철수하고 대신 시리아와 이란을 이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니파가 중심이 된 이들 나라를 이용한다는 이 옵션은 걸프 북부 지역에서 그들의 지배력을 인정하는 것이고 더욱 전쟁을 늘릴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이 손을 떼는 것을 보장하고 있진 않다.

◆완전히 손 씻기=미군이 맞서 싸울 수 있을지라도 간단히 철수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이득이 없는 철수는 이라크 지역을 더욱 폭력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더 큰 베팅하기=미국은 오히려 3만~4만명의 추가 병력을 파견하면서 그들의 위치를 더욱 견고히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굽히지 않는 행동으로 현재의 위치보다도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더욱 중요한 것은 어디서 군 병력을 모집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그러한 계획이 확립될 수 있도록 이라크 쪽 기류가 형성돼 있는가.

◆자세 낮추고 방관하기=미군이 사태를 방관하게 되면 수니와 시아파는 결과적으로 분리가 될 것이고 그 외 다른 소수 민족들은 그 지역을 떠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싸움이 멈춰섰을 때 무엇이 남아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들은 싸움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이렇듯 '플랜 B'를 위한 계획들은 실제로 실행해나가는 데 상당한 심사숙고가 필요한 것들이며 일부분은 상상 속의 이론들이다. 사실 이라크 정책에 대한 가장 솔직한 논쟁을 펼치기 위해서는 받아들이기 불쾌한 사실들을 인정해나가야 한다.

그 긴 전쟁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2003년 일부에서 가능하리라 생각한 이라크전의 승리를 지금도 장담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특히나 적들과의 질긴 전쟁 속에 남아 있는 막대한 위험과 비용 등을 우리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행동이란 것이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군사 전문가이자 존스홉킨스대학 교수인 엘리엇 코헨(Eliot Cohen)이 2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Plan B'란 제목의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