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핵실험은 우리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작은 문제라 하고,집권 여당의 의장은 당 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고 행동이다. 국민의 안위(安慰)를 책임지는 것이 국가를 맡고 있는 정부의 기본 책무라는 사실을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북핵 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정부의 대응이 '자주'와 '민족'이라는 '이념에 얽힌 궤변' 때문이라면 경제 문제는 대부분 '이해에 얽힌 궤변' 때문에 난항을 겪는다.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것이다. 자유무역으로 교역 당사국이 함께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하면서도,이의 실현이 어려운 것은 이해에 얽힌 궤변들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념에 얽힌 궤변과 이해에 얽힌 궤변이 매우 복잡하게 중첩돼 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우리의 교육 문제다. 고교 평준화와 대학입시를 둘러싼 3불(不) 정책은 우리 교육의 발목을 잡고 있는 평등 이념의 대표적 산물이다. 평등은 곧 획일화를 의미하고,획일화는 결국 우리 교육의 경쟁력 하락을 초래해 '교육탈출'을 부추기고 있다.

국립대 법인화는 교원평가제와 함께 교육인적자원부가 설립된 이래로 추진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잘한 일 중의 하나다. 그동안 실패한 교육 정책의 결과로 나온 것이어서 때늦은 감이 있지만,"정부조직으로서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자율과 책무를 담보할 수 있는 특수법인화를 포함해 대학운영 체제의 다양화와 자율화를 통한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다. 그런데도 교직원들의 이해에 얽힌 궤변으로 그 전도(前途)가 난망하다.

이해에 얽힌 궤변은 흔히 그럴 듯한 논리로 포장된다. 국립대 법인화는 공교육 포기를 의미하고,기초 학문을 고사(枯死)시킬 것이며,등록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자녀들의 고등 교육기회를 박탈할 것이라는 주장이 그러하다. 고등교육은 자신의 생산성 증가가 목적이므로 공공성이 없고,사립대학이 기초 학문 육성에 소홀하지 않으며 장학 제도도 훌륭하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실제로는 법인화로 인한 공무원 신분 해체가 몰고 올 고용 불안이 가장 큰 이유다. 비교열위 산업 분야가 고용 불안을 우려해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이유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미국의 경우에도 교육의 공공성을 주장하며 공립학교 설립을 주도했던 교육 운동가들은 안정적으로 정부가 주는 월급이라는 튼튼한 밧줄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한편 법인화 반대 주장을 무마하려는 교육부의 법인화 이후 재정 지원 계속,기초 학문 분야 지원 프로그램 확대,등록금 인상 지도 등의 보완책은 법인화의 목적 자체를 원점으로 돌리는 사탕발림식의 이상한 정책이다. 단기적 성과 달성이 목적인 교육부의 심산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립대는 법인화의 큰 틀을 수용하고,단기적 업적 달성에 치중할 우려가 있는 교육부의 법인화 계획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그렇다고 법인화가 대학 경쟁력 향상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대학 사회에 만연돼 있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퇴출 제도가 함께 도입되지 않고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평등이라는 '이념에 얽힌 궤변'과,교육 수요자의 이해보다는 공급자의 '이해에 얽힌 궤변'의 사슬로부터 해방되지 않는 한 21세기 지식경쟁 사회에서 우리 교육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국립대 법인화,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사학법 재개정,3불 정책 폐기,교육시장 전면 개방,교육자원을 정부가 세금을 통해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교육 수요자가 스스로 쓸 수 있는 자유 부여 등 교육 시장의 전면적 자유화를 통한 경쟁 촉진만이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경쟁은 비단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살아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