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시책 태스크포스(TF)가 어제 10차회의 보고를 마지막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했다는 소식이다.

출총제를 폐지(廢止)하는 대신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쉽게 해주는 것 등이 주요 논의내용이며 내달중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기업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출총제를 폐지한다면서 왜 또 다른 규제를 만들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순환출자금지는 출총제보다도 훨씬 강력한 규제다.

새로운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기존 출자분까지 일정기간내에 해소토록 요구한다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經營權)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마음놓고 투자활동에 매진하기보다 경영권 방어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기업들은 투기성 펀드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 아닌가.

상장사들이 매년 수조원 이상의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는 사실만 봐도 경영권 방어에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외국처럼 황금주 차등의결권 제도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를 마련해주기는커녕 기존 출자분까지 해소하라고 요구하겠다니 외국계 투기 펀드 등에 경영권을 넘겨주라고 재촉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더욱이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어떤 형태가 더 나은 것인지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지주회사 형태를 취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여부 등과는 상관없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創出)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면 바로 그게 좋은 지배구조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배구조는 기업의 선택에 맡겨야지 정부가 나서서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식으로 일일이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

말로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출총제를 폐지한다면서 실제로는 기업활동을 한층 옥죄는 더 강력한 규제를 만든다면 그것 만큼 우스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이중대표소송제 회사기회유용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까지 추진되며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우려가 크다.

기업 의욕을 더이상 꺾어선 곤란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아무런 조건없이 서둘러 폐지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