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 ]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재를 키우고 활용하는 환경 자체도 바뀌고 있다.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20세까지 받은 교육으로는 평생을 먹고살기 힘들어졌다.

근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회 인구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

일본은 이미 근로인구의 감소를 겪고 있다.

수많은 유럽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선진국들은 평균 연령이 50대 심지어 60대까지 올라가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의학 발달도 고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19세기 독일의 비스마르크 총리가 설정한 은퇴 나이인 65세가 21세기인 지금도 그대로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비교적 최근의 추세다.

글로벌 경제를 받아들이고 근대화를 이룩한 유럽과 북미,동아시아 인도까지가 하나의 극을 이룬다.

또 다른 극은 세계 경제에 통합되지 못했거나 이를 거부하는 국가들,즉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동 및 동남아시아 일부다.

극단적 이슬람주의가 발흥해 서구와 대치하고,베네수엘라와 러시아 이란 등 일부 산유국들이 정치적 집단화하는 등 세계는 더욱 심하게 분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자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유럽의 경우 일과 기회를 찾아온 무슬림 이주민들이 사회 속에서 통합되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9·11테러를 포함해 수많은 테러리스트들이 이곳에서 조직됐으며 작년 11월 프랑스에서 일어난 폭동처럼 사회 갈등의 양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 등 아시아국가에서도 노동시장의 상당부분을 이주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인재를 키우는 전략도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나이와 직업적·사회적 지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40~50세의 사무직 관리자들이 예전의 회사를 떠나 훨씬 낮은 임금으로 다른 경력을 쌓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일본에서는 공무원이나 학술 인력이 55세에 퇴임한 후 새로운 기관에서 일자리를 찾는 일이 장려된다.

이제 20대까지의 교육으로 평생을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 생애를 아우르는 지속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교육과 고용시장에서 민족적 종교적 성적 차이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유럽의 이주자들은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한 채 사회와 부분적으로 협력해왔다.

이는 다문화주의의 미덕에 맞을지는 모르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민족적 종교적 인종적 분리주의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처럼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통해 동질화를 이끌어내는 것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소수민족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오히려 민족적 차이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온 데서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것은 인재 양성의 새로운 비전이다.

문화적 차이,불안정한 환경과 빈곤 속에 갇혀 있는 인적자원을 버리지 않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 제1원칙이다.

성공의 관건은 이를 위한 특별한 자원 분배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화와 양극화라는 거센 물결을 벽으로 인식할 게 아니라 새 기회로 만들어가기 위해 중지를 모을 때다.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글로벌HR포럼이 그 본격적인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약력 ]

▶1952년 미국 시카고 출생(일본계 미국인 3세)
▶1974년 코넬대학 서양고전학과 졸업,1979년 하버드 대학 정치학 박사
▶1981~1989년 랜드연구소 연구위원,조지메이슨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미 국무부 정책기획실 차장 등 역임
▶2001년~현재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학장 및 석좌교수
▶주요 저서:'역사의 종말'(1992), '트러스트'(1995), '대붕괴'

(1999),'기로에 선 미국'(2006)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