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 서강대 명예교수 >

국민 모두 제각기 할 일에 충실해서 나라가 잘 되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그래야 한다. 직업이 분업화되고 사회가 분명화될수록 개개인이 할 일은 더욱 세분화된다.

그래야 전문성이 붙어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사회가 발전한다.

그런데 일이 전문가에게만 맡기기에 너무나 무겁고 큰 문제가 벌어진다면,전문성이 미덥지 못한 자가 색안경 쓰고 요직에 올라 일을 그릇치고 있다고 판단된다면,국민 일반이 입을 열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국가안보의 비상사태 상황에서는 국민이 생존의 권리를 주장하는 천둥소리가 울려야 한다.

추석연휴를 마친 출근 첫날,수년 전 송이버섯을 선물하던 북한이 핵실험 버섯을 선물했다.

즉각적으로 외국언론들은 일제히 남한과 동북아 안보를 우려한 반면,국내 일부 언론은 북한이 미국에 대항해 목표로 개발한 핵무기를 동포를 겨냥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지로 보도했다.

북의 불꽃놀이 이후 서울은 세계 불꽃놀이를 취소한 것 이외 꿈속인 양 평온하다.

안보리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무력제재까지 고려했던 미국과 일본이 한발 물러서고 중국과 러시아가 한발 다가선 모양새가 되었다.

그 이후 정부는 허둥지둥하다가 대북 경협사업 지속과 제한적 PSI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한반도 근해에 북한 선박을 수색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때 한·미 공조(共助)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PSI가 구체화되는 조짐이 보이자 북한 정권이 한국정부에 대해 PSI에 깊이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쉽게 풀이하면 자기들 말 안들으면 재미없다는 조폭들 말이다.

우리의 자업자득 탓이 크다.

햇볕을 보이면 방패와 창을 보삽으로 바꾸어 버릴 줄 알았고 남쪽이 먼저 변하면 북쪽도 따라 변할 줄 여겼기 때문이다.

채찍과 당근을 바꿔가며 다루어야 할 당나귀에게 채찍 접어두고 당근만을 주어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현대그룹 기둥 하나 빼먹고 삼성과 LG에 손짓하기도 했다.

이제 당근을 거둘 때가 되었다.

그것이 별무효과(別無效果)일 때 채찍을 써야 한다.

상대에 따라 대화방식이 달라야 한다.

말로 일러 통하는 사람에게는 말로 하고 주먹만 믿는 사람에게는 힘을 보여야 알아 듣는다.

며칠 전 정부는 사정거리 1000km의 국산 크루즈미사일 보유를 발표했다.

국민의 안보우려를 달래려는 얄팍한 속셈이 보인다.

북한이 오래 전 대포동 미사일을 개발 보유했고,이제 막 핵무기 개발을 성사시킨 마당에 정부 발표치고는 정말로 요즘 말로 생뚱맞다.

한국의 최선책은 안보동맹을 굳혀 미국 핵우산 속에 머무르는 것이다.

미국이 지구상 최대 군사대국이고 우리가 군사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이다.

문제는 이 최선책의 약효가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자주만능에 물든 일부 국내여론이 있고 이미 기정 사실화된 북의 핵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무엇인가? 불행하게도 남한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무기 개발을 선언하는 길 밖에 없다.

최빈국 북한이 한 일은 돈 있고 두뇌 있는 일본이라면 3개월 정도,우리도 3년이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이 핵무기 갖겠다고 해야 북한도 말귀를 열고 남한을 깔보지 않을 것이고 미국의 무기 장사 조건에도 변화가 기대된다.

역사상 부유한 문명국이 빈한한 야만국에 정복당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남쪽이 북쪽보다 경제력이 우세하다고 방심해선 안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같은 민족끼리의 싸움이 가장 잔인무도했다.

프랑스 혁명,미국 남북전쟁,스페인 내전 등 동족상잔처럼 핏물 흥건한 전쟁은 없었다.

북한을 동족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 설치된 단두대에 수많은 잘린 머리들의 원혼과 6·25전쟁에 피아간 주고 받은 인명 살상의 비극을 기억해야 한다.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 없는 국민은 망한다. 안보 없는 곳에 생존도,경제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