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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포럼] 서울은 관상용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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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물어보고 싶다. 서울 거리를 지나는 사람 아무나 붙들고.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볼 생각이 있는지. 근래 남산 팔각정까지 '걸어' 올라가본 적은 있는지,없다면 그래보고 싶은지. 자동차로 꽉 막혀 있는 세종로 옆 광장에서 차를 마시면 좋을 것 같은지도 궁금하다. 여행사 직원이나 가이드의 답도 듣고 싶다. 관광객에게 한강 다리를 걷거나 남산 꼭대기까지 걸어올라가게 할 시간이 있는지,그런 프로그램을 만들면 관광객들이 몰려올지.

    때아닌 의문에 사로잡힌 건 서울시가 '관광·문화 도시' 건설을 내걸고 쏟아낸 청사진 때문이다. 한강르네상스에 세종광장 조성, 남산과 도시갤러리 프로젝트까지. 계획은 야심차고 내용은 근사하다. 잠수교를 보행로로 바꾸고,반포대교엔 낙하분수를 설치하고,마포ㆍ한강대교 등 5개 다리엔 보도 및 둔치로 이어지는 길과 엘리베이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노들섬에 63빌딩 두 배 규모의 초대형 문화콤플렉스를 건립하고,광화문 세종로의 차로를 줄여 널찍한 광장을 만들고,남산 순환도로도 줄여 보행로를 만든 다음 봉수대에 불도 붙이고,거리 곳곳에 색도 입힌다고 한다. 한강 물을 빼고 강바닥을 드러낸 다음 이벤트를 펼치는 '한강 미러클 페스티벌'을 검토한다는 발표도 있다. 한강을 세계적인 명소화하고 시민의 보고 즐길 거리를 늘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업들이라는 설명이다.

    사람보다 자동차 통행이 우선됐던 서울을 보행자를 위한 도시로 바꿔놓겠다는 발상은 당연하고 옳다. 시청 앞에서 빤히 보이는 플라자호텔까지 가기 위해 지하도 두 곳을 들락거려야 했던 종래와 달리 밝은 태양 아래 걸을 때면 행복하다. 그러나 도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장이나 촬영세트가 아니다. 눈에 확 띄고 사진 찍어 홍보하기 좋은 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시민들이 편하고 넉넉하고 즐겁게 살아가도록 하는 일이다.

    지금도 시청앞 광장 때문에 북창동 좁은 길로 돌아가려면 숨이 턱턱 막히고,출퇴근시간 세종로는 주차장이나 다름없다. 남산길은 터널 통행료를 아끼려는 차들로 한가로움을 잃어버린지 오래 됐다. 한강다리 한번 건너자면 얼마나 막힐지 몰라 미리부터 가슴을 졸여야 한다. 보도는 울퉁불퉁하고 턱은 툭툭 끊어져 장애우의 외출은 어림도 없다. 뿐이랴. 화려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반지하방 가구가 100만이 넘는다는 마당이고,청년 실업자는 넘쳐나고,숱한 노숙자들이 거리를 헤맨다.

    한강르네상스 등에 성공하면 지난해 600만명 정도인 관광객이 2010년 1200만명으로 증가하고 일자리도 늘어나리라 한다. 하지만 관광객은 돈으로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놓는 것으로 불러모으기 어렵다. 일자리 또한 창출될지 모르지만 관광 관련 서비스직 가운데 정규직은 극히 적다.

    서울시의 계획처럼 현재 27위인 도시경쟁력을 10위로 끌어올리자면 무엇보다 투자하고 싶은 도시,아시의 경제중심지로 만드는데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다운 일자리도 생기고 찾아오는 사람도 증가한다. 안그러고 외관을 치장하느라 날이면 날마다 여기저기서 공사판을 벌여 차 속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만들어서는 관광객 증가도,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도 이뤄질 수 없다. 서울은 관상용 도시가 아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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