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5개의 통합사령부와 14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미군에 휴대형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WiBro)를 공급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 정부와 협상에 들어갔다.

와이브로는 시속 100km 안팎으로 달리는 차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해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고 인터넷 전화까지 할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장비와 무기체계에 정보기술(IT)분야의 최첨단 기술만 엄선해 도입하고 있는 미군이 군 전술이동통신망으로 와이브로를 채택할 경우 삼성의 차세대 이동통신시장 장악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26일 "미군이 와이브로를 차세대 전술이동통신 후보 시스템 중 하나로 선정했다"며 "현재 미군측과 시제품 공급시기와 규모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급이 확정되면 미군의 개인휴대 장비와 군사용 통신장비 등은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될 것"이라며 "지난 8월 미국 스프린트사와 맺은 제휴(2008년부터 미 본토에서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 시작)에 버금가는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구매업무를 맡고 있는 미 조달청 관계자들이 지난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정보통신연구소를 둘러보고 개발 현황 및 장비별 성능을 파악했다.

이들은 인터넷 접속·화상통화 등의 서비스 시연도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와이브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휴대폰이나 주파수 공용통신에 비해 군사적으로 훨씬 활용가치가 높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와이브로를 군의 차세대 통신기술로 지목해 이달부터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 국방부도 미군에 와이브로 채택을 적극 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와이브로는 다른 통신기술에 비해 데이터 전송이나 다른 네트워크와의 연동성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목표물 주변에 대한 신속한 정보교환과 작전자료들의 원활한 송·수신을 통해 육·해·공군의 합동작전 수행능력을 배가시키는 것으로 평가됐다.

와이브로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군 보안 기능과의 연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정도여서 미군의 채택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