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영의료보험(민영의보) 보장범위 축소를 추진하면서 보험주가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주 보험업종지수는 4% 넘게 밀려났다. 정부안대로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보험사들의 성장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의 민영의보 제도 개선안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항목만을 보장 범위에 포함하고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는 보장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보험산업의 핵심 성장동인이 건강 관련 보험이었음을 감안하면 법안이 확정될 경우 업종 펀더멘털(내재가치)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은 건강보험 상품의 경쟁력이 급속히 저하될 수 있고 판매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을 포함한 장기보험의 매출 비중은 8월 기준 59.6%에 달한다. 장기보험의 성장은 운용자산 증대에 따른 투자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져 보험사들의 이익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증권 장효선 연구원은 "공적보험 보장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민간보험의 보장 범위가 줄어 개인 부담금이 늘어나는 것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에서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구철호 현대증권 연구원도 당정협의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오히려 민영보험의 역할 증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불확실한 뉴스에 과민 반응하기보다 하반기 나타날 손해보험주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체들의 실적은 7~8월 바닥에서 9월 이후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앞으로 자동차 손해율이 개선되면 수익성이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철호 연구원은 "내년 실적 개선폭이 특히 클 것"이라며 "이번 주가 하락이 보험주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고 조언했다. 그는 삼성화재메리츠화재를 선호주로 꼽았다. 이 밖에 현대해상은 과거 고금리시대에 팔았던 보험상품들이 만기를 맞아 부담이 덜어지면서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저평가주로 꼽힌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성장성 매력 여전...저가 매수 기회"

[ 애널리스트 분석 ]

보험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영의료보험 제도 개선안이 정부 안으로 결정되면서 향후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이 개정안이 보험사들의 현재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민영건강보험(장기질병보험 통합보험 등이 해당)을 통해서는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만을 보험사가 담당하게 될 경우 건강보험 상품의 경쟁력은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보험제도 개선안은 생보와 손보 간 융합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최종 결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시행된다 하더라도 위험보험료 기준으로 현 수준의 50%가량은 확보할 수 있어 장기적인 성장성을 담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물론 상품의 소구력이 감소하는 것을 보완하고 상품라인을 다양화해야 할 필요는 있다. 또 개선안에는 유예기간을 두는 것으로 돼 있어 경쟁력있는 상품의 판매가 중지되기 전에 계약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2~3년 이후 질병보험 중심의 손해율 상승 가능성이 낮아지는 효과 역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개선안이 빠른 시일 내 시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최근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게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증권 이철호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