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과 하와는 아름다운 에덴동산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잘 살다가 귀가 얇은 하와가 뱀의 꼬드김에 넘어가 금단의 사과를 따먹었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우리의 본성은 창세기 때부터 어쩌지 못했던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죄 지은 사람은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여 자신의 죄를 희석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하와가 아담을 끌어들여 사과 맛을 보게 한 이후 범죄는 인간사 발전과 함께 해왔다. 그들이 사과를 먹었기에 세상의 단맛과 쓴맛을 알게 되었고 종족 번식과 인생의 즐거움을 위해서 섹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그런 의미에서 에덴동산의 뱀은 사탄이기에 앞서 인간 내면의 욕망을 깨우쳐 준 셈이다.

아무에게나 섹스의 터전을 마련해주는 직업적 매춘부에겐 꽤나 관대했던 하느님이 유독 유부녀의 성적 비희(秘戱)에는 초 강경 조치를 취하셨다. 성관계에서 여성의 가장 큰 역할은 참여이며,남성의 성적도구에 지나지 않아 성관계 중 여성이 화려한 개인기나 출중한 공격술을 구사하거나 응원의 교성을 내는 것은 성적 사치이거나 음탕한 허영의 발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에 반기를 들고 성의 자유를 부르짖던 용감무쌍한 투사형 여성도 허다했다. 하느님의 눈초리를 의식하면서도 본능에 충실한 섹스를 구가했던 역사적 여성들,러시아의 여제 카타리나,청조 말기의 서태후,신라조의 진성 여왕,조선의 어우동 등이 하느님의 눈 밖에 난 놀아난 여자들의 선두주자였다.

요즘에도 놀아나는 여자들의 소문은 끊임없이 들려온다. 육신을 지배하는 이성에서 과감하게 뛰쳐나와 창조적 권위를 빗겨가면서까지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성병입니다. 남편분도 같이 치료받으셔야 합니다."

"으악…."

아랫동네가 가려운 것 같기도 하고 뭔 짓을 했으니 찜찜하기도 해서 설마설마 하면서 들렀던 병원에서 이런 소리를 듣는다면? 길거리를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아픈 것보다는 누가 볼까봐 벌떡 일어나듯이 자신도 자신이지만 남편까지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주워담아야 할지… 남편에게 성병 가능성을 알린다는 것은 죽어도 못할 짓이다.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번뜩이는 재치로 간교한 꾀를 내 보지만….

"나만 치료하고 남편에게 뒤집어 씌울까? 너무 영악스러운 짓일까?"

여성은 성병에 걸리더라도 남성과 달리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안심하고 '괜찮겠지'하면서 '바깥 길'을 은폐하고 싶은 마음에 일상을 가장하여 남편과 자연스러운 잠자리를 가졌다면 영락없이 딱 걸렸을 텐데… 성병은 탁구공처럼 남녀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핑퐁감염이다.

성병은 구약시대부터 있었다.

"어떤 남자가 성기에서 고름이 흘러나오면 그 나온 것은 부정한 것이다. 고름을 흘리던 사람은 그 병이 나은 경우에 자기 몸이 정하게 되기까지 7일간을 꼬박 기다렸다가 옷을 빨아 입고 흐르는 물에 목욕을 하여야 한다. 8일째 되는 날 그는 산비둘기 두 마리나 집비둘기 두 마리를 가지고 사제에게 제물을 드려야 한다."

이것은 레위기에 나오는 성병 걸린 남성의 부정을 벗겨주는 예식이다. 이처럼 성병은 태초의 인간과 함께했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병으로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지만,의외로 여성들도 성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국립보건원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통계에 따르면 비임균성 요도염을 제외한 나머지 성병에서 여성 감염자의 수가 남성보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에 대한 인식이 개방화하고 성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의 기존 치료약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면서 여성 감염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에 남편들은 아내가 나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생각하지 말고 내가 아내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만 생각할 때다. 옆에서 코 자고 있는 아내를 다시 한번 보면서 머리카락도 쓰다듬어주고 잘 덮고 자는 이불도 한 번 더 꼭꼭 눌러주며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줄로 믿나이다. 아멘.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www.성박사.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