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처럼 무섭게만 보였던 증시 전광판이 이젠 눈에 쏙 들어옵니다."

27일 한경빌딩 18층 다산홀에서 열린 '제4회 청소년 경제체험대회'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학생들은 한결같이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었던 실물경제를 '조금은' 알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국민은행 교보증권이 협찬한 이번 대회는 전국 고등학교 100개팀,중학교 30개팀이 참가해 지난 7월 말부터 한 달여간 열띤 경쟁을 펼쳤다.

주식모의투자,창업계획,산업체 방문 등 다양한 경제체험 활동을 통해 문산여고(고등부)와 광양제철중(중등부)이 금상(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다.

같은 반(9반) 친구들로 팀을 짜 금상을 차지한 문산여고 팀의 이솔지양은 "개성공단 입주업체,출판문화단지,영어마을 등 파주시내 곳곳을 훑다가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끝을 봐야 한다'는 아빠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한 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시는 아빠께 이 상을 드리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윤영양과 오민경,강빛나양은 "주식모의 투자 과제를 통해 주식을 배운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욕심을 자제하고 파는 시점만 잘 선택하면 더 좋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고수'처럼 조언했다.

조항연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딱딱하게 생각하던 경제를 발로 뛰며 체득한 것도 소득이지만 힘든 가운데 서로 격려하며 끝까지 임무를 다해 자랑스럽다"며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중등부 금상을 받은 광양제철중 팀(이인선군·김효진·박인화·이은지양)은 "새벽경매시장을 탐방하면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기도 했지만 '세상은 빠르고 부지런하게 돌아가는구나' 하는 교훈을 얻었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광양제철중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학교 '경제사회동아리' 3학년 학생들인 이들은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땐 증시 전광판이 무섭고 도박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주식투자를 친근하게 느끼게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털어놨다.

안종진 지도교사는 "지난 4월부터 매주 2시간씩 한국경제신문과 '생글생글'을 스크랩해 공부한 게 큰 도움이 됐다"면서 "학생들이 힘들어하면서도 '기왕 시작한 것이니 꼭 1등을 하자'고 격려하는 걸 보며 오히려 내가 배운 게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은상은 한국외대부속 외국어고와 서일중,동상은 미림여자정보과학고 2팀과 꿈의학교가 차지했다.

금상을 수상한 문산여고 팀에는 노트북 7대와 장학금 200만원, 광양제철중 팀에는 노트북 5대와 장학금 120만원이 주어졌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