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입니까? 방통융합안이 나왔어요?" 지난 8월 출범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가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하는 안을 포함한 세 가지 방통융합안을 내놓은 27일 관련업계는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세 가지 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지난 10년간 끝없이 반복해온 갑론을박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것.
융추위 민간위원 14명은 난제에 대해 의외로 간단하게 해답을 내놓았다.

융합안이 마련된 것은 지난 25일.정통부와 방송위의 당연직 위원 6명을 뺀 채 마라톤회의를 한 결과 "아예 묶어버리자"는 의견이 도출됐다.

이 안이 이날 밤 만장일치로 채택된 덕분에 27일 전체회의에서도 무난히 최종안으로 채택됐다.

융추위가 마련한 통합안은 정통부와 방송위를 통합하면서도 고유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정통부의 기능과 방송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방송위의 역할을 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조직을 물리적으로 합친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방통융합이 대세란 점을 감안하면 조직통합만한 묘안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합안은 정통부의 산업진흥 역할과 방송위의 방송 공익성 역할을 2명의 부위원장(차관급)이 나눠 맡게 돼 있다.

두 부위원장이 대립할 경우에는 위원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인터넷TV(IPTV)와 같은 방통융합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이 위원장 직권으로 해소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통부와 방송위의 대립으로 IPTV 논의가 전혀 진척되지 않는 지금에 비하면 의사결정이 빨라지게 된다.

통합안은 또 서비스와 콘텐츠에 관한 정책과 규제를 한 기구에서 관장하게 함으로써 가치사슬을 매끄럽게 하는 의미도 크다.

기술 발달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갈수록 애매해지고 있어 정책과 규제를 담당하는 기구 통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특히 콘텐츠와 관련해 그동안 문화관광부에 속해 있던 게임을 통합기구에 넣음으로써 진흥정책과 적절한 규제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정통부와 방송위를 통합키로 한 것은 방송 정책과 통신 정책을 각기 다른 부서에서 관장하게 한 현 구도로는 세계적인 통방융합 흐름에 뒤처지게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통방융합시대에 대비해 오래 전에 통신과 방송에 관한 정책 및 규제 기구를 완전히 하나로 통합했다.

싱가포르나 홍콩도 규제기구는 별도로 두면서도 정책 부문은 통합했다.

이탈리아와 호주는 정책은 정책대로,규제는 규제대로 기구를 통합했다.

융추위 통합안은 미국 일본식에 가깝다.

관련 산업계는 융추위 통합안이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방통융합 관련법이 없어 사업을 제대로 못해온 업체들은 통합안 마련을 계기로 법제화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2년여 전에 IPTV 서비스 준비를 마친 KT는 통합안이 최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KT는 통합이 이뤄지면 방송과 통신을 묶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중소업체의 콘텐츠 개발과 관련 장비 시장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도 TV포털인 하나TV 사업을 확장해 IPTV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화상전화 서비스에 들어갈 SK텔레콤 KTF 등도 휴대폰을 통해 방송 등 관련 콘텐츠를 부가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통합안이 법제화돼 시행되기까지 적잖은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세부사항을 놓고 정통부와 방송위가 사사건건 이견을 노출할 수도 있고 방송위 직원의 직급과 임금 등에 대한 조정도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또 내년에 대통령 선거 바람이 거세지면서 방통융합 작업이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