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일찌감치 아프리카 생활을 꿈꿨다. 자식 일이라면 뭐든 믿고 지지해준 어머니가 있었다. 기회를 주고 밀어준 스승을 만났다. 사진작가로 관심사는 다소 달랐지만 아프리카 생활이라는,같은 길을 선택한 동반자를 얻었다. 의무감이 아닌 애정으로 일하고 한 우물을 팠다.'

오는 11월 초 내한하는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 박사(72)의 일생은 역사적 인물이 어떻게 탄생되는가를 보여준다. 그가 침팬지와 인연을 맺은 건 23살 때.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식당 아르바이트로 여비를 모아 건너간 아프리카 케냐에서 고생물학자 리키를 만나면서부터였다.

리키의 주선으로 60년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에 간 그는 연구장소로 실험실이 아닌 밀림을 택했다. 텐트에서 생활하며 침팬지에게 다가섬으로써 그들의 습속과 행동을 파악했다. 침팬지를 관찰하는 동안 그는 다른 학자처럼 침팬지에게 번호를 매기는 대신 이름을 붙여줬다. 플로,피피,피건,데이비드,골리앗,마이크 등.

그는 그들에게서 인간과 너무도 흡사한 면모를 발견했다. 가정을 이루는 건 물론 부모 자식간 유대는 끈끈하고,양육방식이 성장과정에 영향을 미치고,도구를 쓰고 생각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누구도 해낸 적 없는 업적으로 그는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서 동물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탄자니아에 '야생 침팬지 연구 지원을 위한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립하는 한편 '내 친구 야생 침팬지''무지한 킬러들''인간의 그늘 아래서' 등 저서를 통해 침팬지를 비롯한 야생동물 보호에 앞장섰다. 근래엔 또 세계 곳곳을 돌며 자연보호 및 평화에 관한 강연을 펼친다.

동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인간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40여년간 외길을 걸어온 데 대해 "가야할,안가곤 배길 수 없는 길이 열려 있었고 그 길을 따라왔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의 또 다른 한마디는 가슴을 울린다. "인간만이 육체적·심리적 고통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걸 알면 우리는 덜 오만해질 수 있습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