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단소송제 실시를 앞두고 과거 분식회계 사실을 자진 고백한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회계오류를 자진 정정공시한 30개 상장법인(코스닥 포함) 중 19개사의 주가가 공시 이전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아인스 지에스인스트루먼트 콤텍시스템을 제외한 11개 종목이 모두 올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은 '고해성사'가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월 1500억원대의 지분법손실 누락 사실을 시인한 효성의 경우 저평가 요인이 사라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탔다. 이후 아그파 포토,굿이어 타이어코드 공장 인수 발표 등이 뒤따르면서 주가는 8개월 만에 51.85% 뛰었다.

동양종금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분식회계를 스스로 고백하는 기업들은 보통 신규사업이나 해외시장 진출,인수합병(M&A) 등과 같은 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해놓기 마련"이라며 "이런 새 경영전략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코스닥업체들은 차별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장비업체인 에쎌텍은 신규사업 진출 기대감에 최근 주가가 60% 가까이 상승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만간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코프(옛 영진닷컴)와 디에스피(옛 호신섬유)는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변신하면서 주가가 오른 케이스다. 반면 카프코는 잦은 대표이사 교체 등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브이케이와 알루코처럼 부도 처리돼 상장이 폐지된 사례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코스닥 종목들의 경우 회계 오류를 정정한 후 자본이 잠식되거나 영업자체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륜 플래닛82 등 분식회계 고백 후 특별한 근거없이 주가가 오른 일부 종목들은 투기적인 요소에 의한 것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