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수출기업인 삼성과 현대자동차 그룹이 내년도 경영계획 작성시 적용하는 기준 환율을 지난해보다 달러당 50원 낮춘 900∼925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년도 수출기업 채산성이 최악의 국면에 맞닥뜨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기업들은 특히 북한 핵문제가 경제의 발목을 붙들 복병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말로 예정돼 있는 대통령선거 정국도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925원 △금리(3년 만기 회사채 기준) 5.3%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5달러 △100엔당 원화 환율 880원 등을 지표로 내년 경영계획을 확정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그룹은 삼성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잡아 △달러당 원화 환율 900원 △국제유가 60∼70달러 △100엔당 원화 환율 760원 등의 가이드 라인을 계열사들에 제시했다.

원·엔 환율에서 삼성과 현대차 그룹의 격차가 크게 나타난 이유는 삼성이 내년도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 속도를 원화보다 가파르게 봤기 때문이다.

다음 달 1일 기준 환율을 최종적으로 확정짓는 LG도 이들 그룹과 비슷한 수준에서 이번 주 중 사업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도입량이 많아 전통적으로 기준 환율을 높게 책정하는 SK도 이번에는 달러당 940원으로 기준선을 정할 예정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은 또 이 같은 보수적인 잣대와 별도로 내년에 북한 핵문제와 대선 정국,금융당국의 기습적인 금리 인상과 기업규제 강화 움직임 등이 경영목표 달성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판단,이들 돌출 변수와 관련한 별도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요 계열사들에 지시했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대선 정국은 기업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경영의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경영 리스크를 관리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조일훈·손성태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