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환율 조작을 응징할 것을 부시 행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또 다른 외신은 미국이 중국의 지재권 침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등도 동참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위안화 절상과 함께 지재권 보호를 제기하는 이유는 알려진 대로다. 저평가된 위안화를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인식하고 있고,그런 적자 속에서도 지재권 만큼은 미국이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말 그대로 전략산업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재권 침해가 당하는 나라들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기업들이 외국 경쟁기업들의 브랜드와 혼동되는 이름을 마구 채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마트(Wal-Mart)를 흉내낸 우마트(Wumart),일본 혼다(Honda)와 비슷한 홍다(Hongda),영국 MG로버의 로버(Rover)와 유사한 로위(Roewe)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쯤되면 여러 나라들이 집단적으로 들고 일어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앞으로의 관심은 중국의 변화 여부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 보면 지재권 보호문제는 위안화 절상만큼이나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비교를 하면 이렇다. 지금 중국 인민은행은 외환운용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동안 위안화 절상을 인위적으로 막기 위해 달러화를 마구 사들이다 보니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조달러에 육박했다. 달러화 비중을 줄이긴 해야겠는데 그렇게 하면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해지고,외환보유액 가치를 계속 유지하자니 다시 달러화를 사들여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중국의 지재권 문제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에도 지재권 제도는 있지만 '제도(law) 따로,현실(enforcement) 따로'인 게 그 실상이다. 이런 갭(gap)은 다른 후발국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겉으로는 어떻게 말하든 속으로는 지재권 침해 방조로 얻는 이익이 지재권 보호에 따른 이익보다 더 크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외국인투자에 비하면 고급기술 유입실적은 별로다. 중국이 앞으로 외국인투자를 가려받겠다고 하지만 지재권이 보호되지 않는 한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또 자국 기업의 글로벌화를 꾀하는 중국에 지재권 침해국이란 이미지는 달갑지 않은 걸림돌이다. 중국이 내부적으로 역점을 두는 자주적 기술개발도 지재권 보호 없인 한계가 있다. 중국이 지재권을 제대로 보호했을 때 지불할 대가가 만만치 않을 것은 분명하지만,그렇다고 지재권 침해 방조에 따른 손실을 더 이상 무시하기도 어렵게 된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면 중국의 이런 처지가 결코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런 우리나라도 지금은 중국의 지재권 침해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어쩌면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중급 기술을 보유한 우리는 더 절박할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국과의 양자협상이 부담스러운 우리로서는 내심 선진국들의 공동대응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WTO의 존재 의의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