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2년째 국회에 표류 중인 가운데 노동시장이 경직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는 일본도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젊은층의 근로의식 변화,고령 및 여성인력 증대,기업의 글로벌 경쟁 격화 등으로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의 균등보다는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일 내놓은 '일본의 비정규직 근로조건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노동법은 최근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 상한을 3년으로 연장하고 전문기술과 경험을 가진 근로자와 60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서는 5년까지 계약기간을 허용하는 등 근로 계약기간에 대한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

반면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법안은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일본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일본 사회가 비정규직 근로계약기간 상한선 증대가 정규직과 단기계약직 사이의 중간형태인 중기(中期) 고용을 활성화하는 조치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와 관련해서도 일본은 노동기준법 상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고 판례법상 해석에 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갱신 반복돼 계약기간의 의미가 희박해진 경우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갱신거부를 해고로 간주해 이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파견근로의 경우에도 일본은 파견을 허용하는 업종을 원칙적으로 자유화하고 파견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는 한편 제조업에 대해서도 1년 기한의 파견을 허용하는 등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그러나 한국은 파견근로 허용업종을 26개로 제한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뿐 아니라 사용기간도 2년(제조업은 불가)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파견근로 기간이 경과한 뒤 고용보장에 대해서도 한국은 고용을 의무화했지만 일본은 '소개예정파견'이란 제도를 도입,직접 고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 아직 특별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 법안과 관련,우리나라는 불합리한 차별이 있을 경우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일본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격차가 고용 및 인사 제도상 정당한 차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일본의 경우도 고용형태 및 근로시간의 다양화를 촉진하는 법과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기업의 유연한 인력관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관련법안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크다"며 "비정규직 활용에 따른 제약을 줄여 전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