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 가톨릭의대 교수 연구팀이 백혈병 등 난치성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보관하는 제대혈(탯줄혈액)세포의 상당수가 실제로 그 생존력을 잃어 치료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외국 과학저널에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업체들이 잇따라 제대혈 보관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혈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오 교수팀은 2일 영국 혈액학 저널 인터넷판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냉동보관 후 1년 미만에서 7년까지 보존된 40개 제대혈을 대상으로 골수 재생능력이 있는 'CD34'양성세포(조혈모세포)들을 조사한 결과 일반적 방법으로는 생존세포로 알았던 세포들 중 10~70%가 실제로는 '초기세포사(세포의 죽음)'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초기세포사 비율은 5년 이상 보관된 세포에서 더 증가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세포의 생존 측정방법은 염색약이나 DNA에 결합하는 염색약을 이용해 검사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으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포들 중 상당수가 이미 생존력을 상실한 '초기세포사' 단계에 빠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오 교수팀의 설명이다.

따라서 제대혈 줄기세포가 초기에 세포사를 일으켰다면 이식 치료과정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실제로 연구팀이 초기세포사 상태의 조혈모세포들을 고순도로 분리한 뒤 면역력이 떨어진 실험쥐에 이식한 결과 거의 생존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오 교수는 말했다.

오 교수는 이에 따라 "국내외 업체들이 제대혈을 보관할 때 기존 방법 뿐만 아니라 세포막 변화탐지 시약을 사용하는 등 초기세포사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는 "지금껏 250여개의 제대혈을 이용해 백혈병 치료에 사용해 왔지만 치료과정에서 문제가 없었고 보관과정에서도 충분한 검사를 하고 있다"며 "단순히 일부 실험 결과를 보편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