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급등과 관련,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던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슬슬 발을 빼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작년 8·31 부동산 대책 당시 "연내 (강남 등지의) 집값을 20~30% 떨어뜨리겠다"고 장담했던 인사들이 이제 와선 "2010년에 가서 보자"며 뒤로 물러서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참여정부가 집값 잡기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해석한다.

때문에 그동안 수요 공급의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세금폭탄만 쏟아부은 정책 실패의 책임자들은 지금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8·31대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김병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굉장히 급하니까 지금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효과가 나타나는 건 2010년"이라며 "그때 가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2010년을 지목한 건 올해 70%인 종부세 과표(세금매길 때 기준금액) 적용률이 2009년 100%에 도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내가 부동산 정책에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여했다는 것은 종부세다.

다른 부분은 재정경제부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많이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다른 대책은 모르겠고,자신이 만든 종부세는 2010년에 효과가 나타나니 그때 가서 보자는 얘기다.

다분히 책임 회피성으로 들린다.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으로서 8·31대책 수립 때 핵심 역할을 했던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도 지난 1일 성공회대 특강에서 "현재 부동산 거품은 정점에 와 있으며 앞으로 3년 뒤면 지금의 미칠 듯한 부동산 열기가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얘기를 해도 믿어주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도 했다.

그는 최근 집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정책 실패가 아닌 환경 탓으로 돌렸다.

김 비서관은 "(한국은) 부동산 정책에 있어 최악의 조건을 다 갖췄다"며 "수도권 집중도 최고,세계적 저금리,DJ정부의 규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정책이 잘못됐음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김 비서관은 8·31대책 발표 직전 비공식 기자간담회에서 "8·31대책이 나오면 (강남 분당 등) 특정 지역에서 올해(2005년) 급등한 것만큼은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8·31대책 등을 총괄 지휘해온 정문수 대통령 경제보좌관의 경우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집값은 안정된다"고 장담했다.

정 보좌관은 작년 8·31대책 발표 직전 기자들과 만나 "집값은 금년(2005년) 말이 바닥이 될 것"이라며 "집 사려면 그때 사라"고 조언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치졸한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정부는 2010년이 되면 집값이 잡힐 거라고 하지만 그때 종부세가 크게 강화된다는 건 예고된 사실로 시장에 반영돼 있다"며 "세금을 동원해 일방적 수요 억제에만 치중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건 이미 판명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청와대 참모들은 변명을 할 게 아니라 당당히 책임을 지든지,아니면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부동산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며 "정부가 강남 재건축 규제완화를 포함해 시장 수요에 맞는 적절한 공급확대책을 추진한다는 의지만 보여도 시장 불안심리는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