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이 ㈜두산으로부터 종가집 김치 등 식품분야 사업을 1050억원에 인수키로 계약을 맺은 지난달 27일.이미 일부 조간신문에 보도된 내용이었으나 점심 무렵 이 소식을 공식 확인한 대상 직원들의 반응은 사뭇 뜨거웠다.

"이젠 앞으로 달려가는 거야…." 대상의 사내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넘쳐나고 있다.

'종가집' 인수가 어떤 의미가 있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대상은 그동안 축 처져 있었다.

'영원한 맞수'인 CJ는 앞으로 치고 나가는 데 이렇다 하게 맞불을 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식품에 관한 한 '원조'라고 자부해온 대상은 최근 들어 CJ가 해찬들을 인수해 안방이던 장류시장을 압박해온 데다 내심 시장 진입을 고심해오던 신선식품 분야 진출에서마저 선수를 빼앗긴 터였다.

그러던 차에 '종가집' 인수로 속병을 일거에 털어버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종가집' 인수 뒷얘기에서도 이런 고민을 읽을 수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인수대금이 네자릿수까지 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는데 최종 단계서 '베팅'을 했다는 후문이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2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도약'의 청사진 마련에 분주한 대상을 들여다봤다.

◆종가집 인수 시너지 크다

대상은 두산의 김치,두부,고추장 등 식품사업을 인수해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하게 됨으로써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자체 평가다.

이번에 인수한 종가집김치는 포장김치 시장점유율 62% 선으로 1위.이밖에도 2004년 초 시작한 종가집 두부,종가집 찹쌀·고추장이 있으며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1200억원 선이다.

업계는 대상이 두산의 식품사업 인수를 통해 김치와 두부 사업을 추가하면서 신선식품 부문을 키우는 한편 기존 생산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는 효과도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원 등 조미료에서 출발한 대상은 그동안 '청정원' 브랜드로 고추장 된장 등 장류 부문에서 영역을 넓혀왔지만 최근 강조되고 있는 신선식품 부문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두산은 이번에 매각 대상이 된 식품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대상이 유통력과 기존 사업들을 활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임동인 대상 사장(사진 가운데)은 "이익이 나지 않는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되 중복되지 않는 분야 진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M&A를 시도해 몸집을 불리겠다"고 말했다.

◆체질 개선과 체력 보강으로 달릴 일만 남았다


대상에는 지난 10년이 가시밭길이었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수족을 자르는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해온 것.같은 해 미원유화를 금호케미컬에 매각하면서 구조조정의 긴 터털에 들어섰다.

1998년엔 라이신 사업부문을 독일 바스프사에 6억달러에 매각한 데 이어 마니커와 미란다호텔 등을 팔아치웠다.

2003년엔 아스파탐 사업부문을 미국 뉴트라스위트사에 매각했고,편의점 미니스톱 지분을 일본 본사에 모두 넘기고 손을 털었다.

구조조정의 마지막 작업은 지난해 8월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마무리지었다.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는 순수 지주회사로서 대상㈜ 대상팜스코 대상정보기술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등 4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주회사체제 도입으로 대상은 '식품원조'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그동안 수비 위주의 경영을 해왔다면 앞으론 공격 경영의 기치를 올릴 수 있게 된 것.

◆'김치+장류'가 승부수

삼성그룹을 창업한 이병철 회장은 생전 "마음대로 달성하지 못한 세 가지가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조미료시장에서 '미원 앞지르기'였다.

1960∼1980년대 중반까지 삼성그룹과 벌인 '조미료 전쟁'은 대상엔 즐거운 추억이다.

전성기였다.

1974년 입사한 임 사장은 "삼성은 자금력과 여러 계열사를 앞세워 공세를 폈지만 조미료사업 하나밖에 없는 대상 직원들은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사력을 다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대상은 삼성에서 분리된 CJ와 장류,식용유,육가공,건강식품,마시는 식초 등에서 전선(戰線)을 맞대고 있다.

임 사장은 "우리의 경쟁자는 CJ"라고 잘라 말한다.

그래서 임 사장은 종가집 인수에 큰 의미를 둔다.

그는 "진로와 대림수산 입찰때는 돈을 많이 써내지 못했다"며 "이번에 작심하고 인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대상에 '미원'이 1세대 성장엔진이었다면 '청정원' 브랜드의 장류는 2세대다.

3세대 성장엔진은 무얼까.

임 사장은 '청정원+종가집'이 3세대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김치는 아직도 집에서 담가먹는 비율이 80% 정도"라며 "시장 파이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류와 종가집 김치는 모두 시장점유율 1위 제품들이다.

1위제품끼리 공동 마케팅 등을 펼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상은 50주년 행사를 따로 갖지 않는 대신 2010년을 목표로 중기 경영계획을 마련 중이다.

임 사장은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주저앉는다"며 "(종합식품분야에서)제2의 '미원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글=남궁 덕·사진=김정욱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