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사건이 도대체 온라인게임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합니다.

답답합니다.

요즘 어디 가서 게임업체 사장이라고 말도 못합니다.

욕 먹기 십상이니까요."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만 한빛소프트 회장(45).평소 말수가 적은 김 회장이 술 한 잔 들어가자 울분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기자는 지난 2일 저녁 김 회장을 만나 가슴에 맺힌 얘기를 들었다.

그는 "1991년 게임업계에 투신해 15년 넘게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면서 "요즘처럼 억울하고 맥 빠지는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어느 모임에 갔는데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회장인가 하는 사람이 구속됐다고 하던데 저 사람인가? 풀려났나?' 하고 수근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제가 게임산업협회장이라고 하니까 혼동했나 봐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김 회장은 "도박과 게임이 전혀 다른 데도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진 후 온라인게임까지 도매금으로 비난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얘기했다.

'도박이나 게임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주위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이런 말이 온라인게임업계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업계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아 있다는 것.

바다이야기 사건은 김 회장 가정까지 흔들어 놓았다.

두 아들은 아빠가 게임회사 회장이란 이유로 동네에서 '왕따'를 당하곤 했고 부인은 욕설을 듣기도 했다.

김 회장은 결국 지난달 두 아들을 호주로 유학 보냈다.

그는 "게임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동네를 떠야겠다고 생각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술잔을 들었다.

김 회장은 평소 '재미있는 게임' '학생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게임'을 강조한다.

지난해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임에 관해 특강을 할 때도 "자녀가 둘이 있는 사람이 아이들에게 해가 될 게임을 만들겠느냐"고 반문하고 "우리 애들은 집에서 아빠가 만든 게임을 즐긴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빛소프트는 서울 마포에 마련한 신사옥으로 지난달 본사를 이전했다.

김 회장은 "올해는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것 같다"며 "임직원들이 마음을 다잡고 신사옥에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한빛소프트는 올해 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그라나도에스파다'를 내놓았고 연말께는 '헬게이트:런던'을,내년엔 비보이 댄스게임 '그루브파티'를 비롯한 캐주얼게임을 다수 선보일 예정이다.

김 회장은 게임산업협회장으로서 오는 9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하는 게임전시회 '지스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번에 비디오게임 업체들이 많이 불참하지만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지스타를 세계 최고의 온라인게임 전시회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어도 많이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