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은 개인적인 모든 것을 희생하며 일에만 매달리는 전형적인 워커홀릭이다. 매일매일 단조롭고 고된 업무에 어깨는 항상 축처져 있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는 곤죽이 되어 잠에 곯아떨어지기 일쑤다.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 해서 장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직장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어느날,빌은 멘토를 만나 비법을 전수받으면서 인생의 전기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은 다름아닌 자기발견과 자기변화였다. 여기서 빌은 미국의 비즈니스 전략가인 척 마틴이 지은 '관심'의 주인공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빌처럼 문득문득 회의에 빠지곤 한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직장인들의 의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평생직장은 먼 얘기가 됐고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것인가"가 화두가 됐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기존의 매너리즘이나 편협한 자기만족에서 벗어나는 전기를 마련해 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샐러던트(Saladent)다. 샐러리맨(salaried man)과 학생(student)의 합성어로 '공부하는 직장인'이란 뜻인데 최근 한 리쿠르팅업체의 조사를 보면 직장인의 70%가 샐러던트로 나타나 있다. 낮에는 직장,아침과 밤에는 학교나 학원에 나가면서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을 뿐더러 구석구석의 잠재력까지 찾아내 미래를 위한 든든한 밑천을 만들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샐러던트들은 수명과도 무관치 않다.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어나 보통 50년을 일해야 할 형편인데 퇴직후의 또 다른 인생설계를 하며 자기계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인생 이모작(二毛作)'의 준비인 셈이다.

실제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는 일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시간과 돈이 가장 큰 걸림돌일 게다. 그렇지만 '나' 자신의 활기찬 미래 자화상을 위해서라면 그만한 인고(忍苦)쯤은 견뎌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