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 제도 개편을 둘러싼 여러가지 논쟁 중에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들 때문에 과잉진료를 유발하니까 이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여부를 불문하고 이처럼 해괴한 정책발상이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정책보고서에 담겨져 있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몸이 아프거나,건강상 조금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서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서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

조기진단을 통해서 큰 병으로의 진전을 막고 예방의학으로 국민건강을 챙길 수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정 부분 자기 돈을 부담하게 해야만 과잉 의료진료를 막을 수 있다며 대다수의 국민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민간의료보험제도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국민 한 사람당 월 50만원,연간 600만원까지 추가로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 가구당 최고 2400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여기에 비급여 치료부분의 자기 부담금까지 더 하면 웬만한 서민은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기 십상일 것이다.

이처럼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 올 정책방안을 왜 그렇게 쉽사리 결정하려고 하는 것일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강화해서 복지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는 국민들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이 또한 국민들의 주머니 돈을 모아서 재정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어느 선이 적정한지는 이견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가 국민들의 기본적인 질병치료에 대해서는 빈곤층과 노년층의 의료서비스,그리고 장기요양보장에 보건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일반 중산·서민층은 본인의 경제 여건에 맞게 민간의료보험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법정본인부담금을 제한하고자 하는 논거로 요실금보험 가입자의 과잉진료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 있다. 그런데 이 요실금보험은 실제 치료비를 보상하는 민간의료보험 상품이 아니고,수술을 받을 경우에 미리 가입한 금액만큼 정해진 수술비를 지급하는 정액형 보험상품이다.

따라서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실손형 민영건강보험에서는 실제 발생한 의료비만을 지급하기 때문에 과잉의료 행위가 발생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 법정본인부담금을 제한하고 있다는 논리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험의 일반적 원리인 자기부담금제도에 대한 오해였기를 바란다.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공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거나 축소시킬 경우에 나타나게 될 국민의료비 부담의 증가와 빈부격차에 따른 의료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국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정책적 오류를 범하기 전에 의료업계 보험업계 의료관련행정학자 시민단체들의 진심 어린 건의와 요청을 수용하여 깊이 있는 검토를 통해 올바른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아가는 사람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더군다나 당장 돈이 없어서 병원 문턱에도 못 간다면 정말 살 맛 안 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