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가운데 인터넷 카페를 이용한 집값 담합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아파트 단지별로 입주자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는 물론 지역동호회 관련 사이트에도 담합을 조장하는 게시글이 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가격이 주변 아파트보다 저평가돼 있다며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최근 용인의 한 택지지구 인터넷 카페에는 "저가아파트 단지라는 이미지를 심은 악덕 중개업소들을 퇴출시키자"며 "성실한 중개업소 2~3곳을 선정해 거래를 집중하자"고 권유하는 게시글이 올랐다. 그러자 이에 호응하는 답글이 20여개나 달렸다.

일부 인터넷 카페에는 중개업소별 매도 호가를 표로 만들어 올려놓은 게시물도 적지 않다. 특히 신도시로 새로 지정된 인천 검단과 신도시가 확대된 파주 인근 지역 주민들이 "제값을 받자"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 일산의 한 입주자 카페에서는 "모아파트 몇동 33평형을 몇억원에 내놨다"는 매도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거래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지만 파주신도시의 집값 급등,이웃마을의 집값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오프라인 담합'을 주도하는 부녀회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지역동호회 카페가 연합하는 경우도 있다. 산본의 한 아파트 단지에 붙은 전단지에는 "우리 아파트의 정확한 가치를 알고 싶다면 무슨무슨 인터넷 카페를 참고하세요"라는 문구가 실렸다. 소개된 인터넷 카페에는 해당 지역의 장래성과 인근 아파트보다 나은 장점 등에 대한 게시글이 잔뜩 정리돼 있는 것은 물론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신고된 집값담합 건수 중에서 인터넷 카페를 이용한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도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으로 이뤄지는 일이어서 정보통신 분야의 수사력 도움없이는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난감해 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