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인구 대비 국토면적이 좁은 현실 등을 감안해 주택을 필요한 곳에 공급한다는 원칙에 따라 서울 등 도심권은 고밀도로,신도시 등 외곽지역은 중·저밀도로 개발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서울 주택공급 위축 심각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것은 2002년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을 통합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용적률(개발밀도) 규제가 대폭 강화된 이후 택지난에 따른 주택수급 불안과 고분양가 논란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아직 90%를 밑도는 상황에서 용적률 규제가 주택공급을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이 최대 400%까지 가능했던 1991~1998년에는 서울시내에서 아파트와 연립주택 5만159가구가 헐리고 그 자리에 10만5793가구가 들어서 주택 순증비율이 2.1배에 달했다.

이에 반해 주택순증비율은 △용적률이 300%로 낮아졌던 1999~2000년에는 1.76배(3만3388가구→5만8635가구) △250%의 용적률이 허용됐던 2001~2002년 6월에는 1.38배(1만9342가구→2만6699가구)로 떨어졌다.

특히 2003년 서울시내 2종 일반주거지역의 아파트 용적률이 200%로 제한된 이후에는 재건축을 통한 아파트 순증 효과가 5~10%로 격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권의 경우 용적률 상한선인 250~300%까지 허용하고 입지나 주택건설 유형 등을 고려해 역세권 단지나 타워형 주택 등은 추가로 용적률을 늘려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용적률 상향에 따른 집값 불안 우려와 도로·상하수도·녹지 등 기반시설 추가 공급여력 등을 감안해 완화시기는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택지 밀도 10년 새 반토막

신도시 등 공공택지도 용적률 규제가 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건교부에 따르면 택지개발지구의 개발밀도는 1988년 ㏊당 425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낮아져 지난해에는 ㏊당 159명에 불과하다.

10년 전인 1995년(282명)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도권 신도시도 1기(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는 평균 용적률이 169~225%였지만 2기(판교·동탄·파주·김포·광교)는 147~180%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처럼 강화된 용적률 규제는 필연적으로 택지개발 면적 확대로 이어져 보상비,기반시설 설치비 등 개발비용 부담을 되레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토공이 2004년 발간한 택지백서에 따르면 택지개발 용적률이 평균 150%일 때 전국적으로 매년 50만가구를 짓는 데 필요한 택지는 2020년까지 3억6329만평인 반면 용적률을 200%로 올리면 택지면적이 2억2974만평으로 7658만평이나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용적률을 50%만 올려도 분당(594만평)크기의 신도시 13개를 추가로 짓지 않아도 필요한 집을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판교신도시는 전체 개발면적(281만평)을 가구 수(2만9150가구)로 나눈 가구당 필요택지(택지원단위)가 96평이었지만 이를 분당(60평) 수준으로 낮췄다면 1만7600여가구를 더 지을 수 있었다"며 "택지지구는 대부분 계획적으로 건설되는 만큼 가구당 택지규모를 50~60평 선으로 낮춰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벨트·관리지역도 현실화해야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에 들어서는 국민임대주택단지는 더 심하다.

도심권과 입지적으로 가깝고 쾌적성까지 갖춰 고급 주거단지로 손색이 없는 데도 임대주택을 절반 이상 지어야 하는 것은 물론 용적률은 평균 150% 이하,층수는 15층 이하로 제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정돼 있는 1193만평의 평균 용적률을 30%만 높여도 그린벨트를 추가로 훼손하지 않고도 4만가구 이상을 추가로 지을 수 있다"며 "여기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으로 도심 내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저소득 서민들에게 임대하면 집값안정과 서민주거복지 향상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용인 등 수도권 난개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용적률이 100% 이하로 대폭 낮춰진 관리지역도 용적률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특히 계획관리지역은 200%까지 높이고 아파트 건설 시 의무확보 면적(9만평)도 일부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