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4개의 소그룹 독립경영 체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과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사업부문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동부그룹도 김준기 회장과 ㈜동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소재·화학·금융·건설 등 4개 사업부문의 독립경영을 강화하고 나선 것.특히 동부는 최근 4대 부문 최고경영자(CEO) 산하에 기획조정실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사업부문별로 '싱크탱크(두뇌집단)' 구성에 나서는 등 '소그룹 체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부식(式) 소그룹 체제 구축"

6일 동부그룹에 따르면 김준기 회장은 최근 열린 주요 간부회의에서 '4개 사업부문의 소그룹화'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을 나(김 회장) 중심의 그룹으로 생각지 말고 소재와 화학 등 4대 부문을 각자 독립된 그룹으로 만들어 자율경영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김 회장은 이어 "나는 이제 코치의 역할만 할 뿐 실제로 그라운드를 뛰어야 하는 필드플레이어는 각 부문 CEO들"이라며 "각 CEO들이 오너 경영인처럼 책임감을 갖고 자체 신성장동력 발굴 등에 주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김 회장 자신의 친정체제로 운영됐던 그룹 체제에 일대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독립적인 경영체제를 갖춘 소그룹을 통해 김 회장 자신이 직접 경영에 관여하기보다 그룹 내 지주회사격인 ㈜동부를 통해 소그룹들을 측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소그룹 체제는 어떤 모습

동부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소재(반도체·제강) △화학 △건설·물류 △금융 등 4개 부문의 자율경영 체제 구축에 매진해왔다.

현재 동부그룹 4대 사업부문은 윤대근 동부일렉트로닉스 부회장이 소재부문 총괄 CEO,임동일 동부건설 부회장이 건설·물류부문 총괄 CEO,최성래 동부한농 사장이 화학부문 총괄 CEO,장기제 부회장이 금융부문 총괄 CEO를 각각 맡고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부는 지난 9월 이명환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현재 조영철 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회장의 이번 주문은 동부그룹의 소그룹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이번 김 회장의 주문으로 향후 동부그룹 각 사업부문이 기획 및 R&D(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각 사업부문은 산하에 업무 및 기획을 전담할 기획조정실 형태의 조직을 확대하고,미래 신수종사업 개발에 필요한 싱크탱크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

실제 소재부문의 경우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과 CJ코퍼레이션 부사장 출신인 천주욱 동부제강 경영지원실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10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기획조정실을 갖추고 있고,기능 강화를 위해 삼성 출신 핵심 인재를 추가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 경영체제 뿌리내리나

동부그룹의 이번 '소그룹 체제 강화' 움직임은 삼성 출신 인재 영입에 이은 또 다른 '삼성 벤치마킹'이다.

소그룹 체제가 90년대 삼성그룹이 전자·화학·중공업·금융 등의 사업분야별 책임경영을 강조했던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도 "(소그룹 체제는) 과거 삼성그룹이 전자,금융,화학 등 분야별 사업부문별 전문경영 체제를 도입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동부그룹은 2001년부터 6년간 삼성 출신 인재들을 CEO로 대거 영입,조직의 긴장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동부가 지금까지 삼성의 인력을 대거 채용하며 인적 체질개선을 했다면,이번 소그룹체제 강화는 조직체계도 삼성식으로 바꿔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