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던 목소리가 한순간에 잠잠해지고,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요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면 금리가 올라야 한다'(국정브리핑)는 얘기가 청와대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심리 위축,경기 둔화 가능성,부동산시장 동향 등 금리를 좌우할 주요 변수들이 불과 열흘 만에 정반대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달렸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거꾸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핵과 경기 변수 등 주변 여건이 안정된 만큼 한은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금리 인상 카드를 내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 과잉이 부동산 급등 초래

이 총재는 6일 배포한 '14차 중앙은행 세미나'개회사에서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집값 급등을 초래한 과잉유동성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한은은 이날 '9월 중 광의유동성동향'자료에서 "광의유동성 잔액(잠정)은 1778조7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24조원(1.4%)이나 늘어났다"며 "유동성의 대부분은 금융회사들이 공급한 것으로 금융회사 유동성 공급량은 지난 9월 한 달 동안 25조5000억원이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총유동성 M3에 채권 등 금융상품을 더한 것으로 200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저금리 정책 때문에 집값이 급등했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도 이날 나왔다.

삼성연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 집값에 17%,아파트 값에 32%의 거품이 있다"며 "버블의 70%가 저금리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경기상황,금리 인상에 우호적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은 '3분기부터 경기가 큰 폭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에서 나왔다.

하지만 지난주 발표된 산업생산과 서비스업활동,기업의 체감경기 지표들은 예상 밖의 호조를 보였다.

9월 중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6.3%나 증가했고 서비스업도 6%대의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10월 초 추석연휴 효과를 감안해도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호조였다.


향후 금리 인상 시사 가능성

한은이 오는 9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당장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는다.

증권업협회가 6일 180명의 채권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9.3%가 '콜금리 동결 가능성'을 점치는 등 거의 모든 시장참가자들이 동결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눈은 이 총재의 '입'에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부산대 강연에서 "균형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연 6~8% 수준은 돼야 하며 콜금리가 4~5%에 불과하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한 그가 이번에는 어떤 발언을 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