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하루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전일 1380 포인트를 회복했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이어갔지만 선물시장에서 1만2537계약 순매수를 기록했다.

시장 베이시스가 1.7로 확대되면서 1526억원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다. 지수상승에도 불구하고 현물시장에서 뚜렷한 매수 주체가 등장하지 않는 점과 외국인의 지속적인 IT주 매도가 추가상승을 단언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국내증시는 '수급장'

국내증시는 거시경기는 물론이고 실적으로 풀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펀더멘탈과 거리가 있는 수급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얘기다.

8일 굿모닝신한증권은 "실제로 현 시점에서 장․단기 모두 펀더멘털보다 수급 측면의 기대치나 신뢰도가 큰 것이 사실이다"면서 "시장도 이쪽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 이상 외국인의 추가 매도로 인한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굿모닝 최창호 연구원은 "당분간 수급 구조와 유동성에 있어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이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러한 판단을 전제로 한 뒤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권했다.

다만 수급은 선물 등 파생상품시장의 외국인 매매 등 다소 특징적인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국인은 9월물 만기 이후 2만계약이 넘는 순매수 누적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사상 최대의 매수차익잔고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실질적인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따라서 시장이 외국인과 차익거래자들의 포지션 청산 시점에 주목하는 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절대적인 잔고 수준을 감안하면 지수상 충격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매수차익잔고 청산..연말배당 이후 전망

과거에도 12월물과 연계된 매수차익잔고의 경우 배당을 받고 만기 이후 1월에 청산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베이시스(현․선물가격차)가 급격하게 축소될 경우 배당을 고집하지 않고 청산을 통해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흐름이라면 베이시스를 악화시킬 수 있는 모멘텀 변수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오히려 추가적인 외국인의 선물 매수와 매수차익거래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외국인..더이상 영향력 없다

연말로 강하게 향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외국인의 매도 중단 내지는 순매수 전환이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같은 전제가 연말랠리를 우한 필요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나왔다.

신영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외국인이 팔면 주가가 하락하고 사면 주가가 오르는 관계는 이미 약해졌다"고 강조했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이 올해 113억달러를 팔았고 이 같은 매도는 개방 이래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이었다는 것. 그러나 주가는 올해 연초 지수인 1389 포인트에 위치해 있다.

주가는 외국인이 사느냐 파느냐보다는 얼마나 강한 가격결정 의지를 가지고 매매를 하느냐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됐다.

김 연구원은 "국내 시장이 특별한 문제를 안고 있어서 외국인이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팔아야 할 필요는 없는 시장이다"며 "다만 외환위기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바겐헌팅의 대상이 됐던 시장이 역사적 고점을 넘는 강세를 보이자 외국인이 차익실현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주가가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완전 연동하기 보다는 상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익모멘텀이나 IT 업황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지다.

▲신선한 에너지는..크리스마스 특수

미국의 크리스마스 특수에 대한 기대는 박스권을 돌파한 국내 증시에 신선한 에너지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영증권은 "미국의 연말 소비가 유가 안정 및 가처분 소득의 증가로 인해 예년에 비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긍정적 재료가 글로벌 증시의 상승 동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투자심리 냉각..분할 매수 전략 유효

그렇지만 키움증권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D램 가격 하락과 원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며 수출주에 대한 약세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키움 전지원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급상황을 개선할 만한 모멘텀이 나타나기 전까지 상승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이번 주 금통위를 비롯한 국내외 경기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경제지표가 예정돼 있는 만큼 조정시 분할 매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전 연구원은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