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환매 대란'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면서 그 대안으로 어떤 투자수단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펀드에서 만기가 커다란 의미는 없으나 재테크 생활자들 사이에는 어떤 금융상품이든 가입한 지 일단 3년이 되면 갈아타야 된다는 막연한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다.

그런 만큼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4년에 가입한 적립식펀드가 3년차 되는 내년에는 한꺼번에 증시에서 빠져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 환매 대란설의 골자다.

우리나라에서 적립식펀드가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은 높은 수익과 함께 길어진 노후를 대비하는 목적이 강했던 만큼 그 대체투자 수단으로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권한다.

아직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고수익 퇴직연금 상품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펀드가 처음 선보인 10년 전에는 60억달러에 불과하던 설정규모가 올해는 약 2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평생펀드'라 불리는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연령대에 맞춰 가입자의 의사나 정해진 규칙(rule)에 따라 투자대상을 바꿔나가는 펀드를 말한다.

예컨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재테크 생활자가 이 펀드에 가입하면 대부분 주식에 투자한다.

이후 가입자가 나이가 먹을수록 주식편입 비중을 줄이고 채권편입 비중이 높은 상품으로 옮겨가게 된다.

연령대별로 주식 편입비중을 얼마나 가져가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으나 대부분의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20대에 80%에서 출발해 30대 40대 50대 60대에 갈수록 10%씩 줄어나가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주목되는 것은 저금리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최근 들어서는 연령대별 주식편입 비중 축소 폭을 좁혀 다소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새로운 라이프사이클 펀드가 나오고 있는 점이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것이 목포가 아니다.

최소한 10년 이상 내다보는 상품인 만큼 보유기간이 길면 길수록 장점이 발휘된다.

이러다 보니 단기간에 대박의 환상을 좇는 우리 투자문화에서는 맞지 않는 상품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유엔은 한국이 20년 후인 2026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 가서는 길에서 만나는 5명 중 1명이 노인인 사회를 맞게 된다.

이런 예상을 토대로 한다면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그 어느 국가보다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상품이다.

이 때문인지 국내 금융회사들도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다른 펀드에 비해 수익률도 비교적 괜찮다.

최근 1년 동안 '삼성웰스플랜80주식1'과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2030연금주식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14.7%로 같은 기간 성장형 주식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인 13.4%에 비해 높다.

더욱이 내년에는 퇴직연금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신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이 도입돼 든든한 자금줄이 확보되면서 라이프사이클 펀드가 크게 활성화됐다"며 "우리도 퇴직연금이 활성화되면 조만간 평생펀드 바람(boom)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재테크 생활자들은 현재 가입하고 있는 적립식펀드는 환매대란에 대한 우려보다 장기간 보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그래도 갈아타야겠다면 조만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는 라이프사이클 펀드와 같은 평생펀드를 미리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