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거운동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는 떠들썩하지만 미국은 조용하다.

왕래가 많은 사거리나 자기집앞에 '아무개를 지지한다'는 조그만 팻말을 세워놓는 게 고작이다.

뿐만 아니다.

중간 선거에서 뽑는 사람도 수없이 많다.

연방의원에서부터 주지사 주의원 주검찰총장 시의원 시장 동장까지.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다.

그렇지만 지난 7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의 중간선거는 지난 5월31일 실시된 우리의 지방선거와 많이 닮아 있다.

우선 결과가 그렇다.

미 공화당은 12년간 지배해온 상하원 모두를 민주당에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5·31 지방선거에서 집권 열린우리당도 할말을 잃을 정도로 쓴맛을 봤다.

참패의 원인도 비슷하다.

공화당은 국민이 염증을 내는 이라크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외면을 당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 추락도 패인이 됐다.

민심을 잘못 읽은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지방선거 패배로 연결된 것과 비슷하다.

재미있는 것은 선거후의 반응이다.

부시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인 8일 기자회견을 열어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아울러 민심을 반영해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선거 며칠전만 해도 "딕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임기까지 함께한다"고 옹고집을 부렸던 그다.

그런 그가 럼즈펠드를 즉각 경질했으니 유권자들도 놀랄 정도였다.

게다가 "국민들이 이라크에서 진전이 없는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 위해 투표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말까지 했으니 말이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 전에는 첫 여성 하원의장이 유력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당의 승리를 축하했다.

9일 백악관 점심에도 초대했다.

이에 대해 펠로시 대표는 "대통령의 성공은 국가를 위해서 항상 중요하다"며 "국민을 위해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물론 다분히 정치적 제스처일 게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5·31지방선거 후 보인 노 대통령과 각 정당들의 반응을 떠올리면 정치적 행위치곤 너무나 참신했다.

그런 선거가 부럽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