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이 6개월치나 밀려있어 4월부터 사실상 신규 주문 접수를 중단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해외 수주물량 납기를 지키지 못해 잘못하면 소송당할 판이에요."

"신입 직원을 뽑아놓고도 노조 때문에 합격자 발표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의 고품격 대형버스 '유니버스'의 신차 발표회장이 때아닌 '노조 성토장'으로 변했다.

잔치판이 돼야 할 신차 발표회장이 우려와 안타까움으로 가득찬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주간 1교대 근무를 주·야간 2교대로 전환하자는 회사측 요구를 노조측이 노동강도 강화 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최한영 상용사업담당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러시아 등으로부터 대규모 버스 수출계약건을 따내는 등 버스 사업부문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며 "그러나 노조측이 2교대 전환을 가로막고 있어 미래 성장·발전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전주공장은 전 세계에서 2교대로 근무하지 않는 유일한 공장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대차는 전주공장의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주·야간 2교대 근무를 추진하고 있다.

라인 가동시간을 현재의 하루 10시간에서 주·야간 10시간씩 총 20시간으로 늘리려는 것이다.

전주공장이 연산 1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도 실제로는 5만대밖에 만들어 내지 못하는 문제점을 개선해 보자는 의도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우선 버스 생산라인부터 2교대로 바꾸기로 하고 700명의 생산직 신입 사원 선발 절차까지 마쳤지만 노조와 합의가 안돼 이들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주공장장인 김영국 전무는 "노조와 근무방식 변경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생산직 신입 사원을 뽑아 놓고도 합격자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교대 근무 미실시에 따른 생산력 저하로 대규모 수주 등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내수와 수출에서 6000여대씩 총 1만2000여대나 주문이 밀린 상태다.

버스는 6개월치,5t트럭의 경우 2~3개월치 물량이 쌓여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주·야 2교대제 전환은 수용할 수 없다"며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장종기 노조 정책부장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완성차업체들이 심야 노동을 없애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야간조가 맞교대하는 주·야 2교대제와 달리 주간 연속 2교대는 심야근무(0시~6시)를 없애고 오전 6시부터 밤 12시 사이에만 2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