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 의원들은 국정 운영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정파를 초월한 거국중립 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명숙 총리가 "대통령에게 건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고 청와대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관리형 내각'을 요구했던 한나라당이 거부하면서 거국 내각 구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거국내각 구성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작심한 듯 '총체적 불임(不姙)','지리멸렬' 등 '고강도'의 용어들을 동원해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를 몰아세웠다.

김부겸 의원은 "국민과 소통이 안되면서 정부 여당은 무능에다 오만과 독선 혐의까지 뒤집어 써야 했다"며 "집권 여당의 '총체적 불임'으로 귀착됐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거국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대통령의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던져버리십시오"라고 결단을 촉구했다.

같은 당 최규식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10%대에 이른 데에는 대통령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정기국회가 끝나면 각 분야에서 신망을 얻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거국적 위기관리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협의 가능'에 한나라당'NO'

거국 내각 요구에 대해 한명숙 총리는 "여야가 내각의 구성이나 절차에 대해 합의를 해서 요청을 해온다면 얼마든지 대통령에게 건의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거국 중립내각이든,관리내각이든 이런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과 협의할 용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가 주요 국정 과제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처리해주고,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담보할 수 있는 여야 간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라는 전제를 달았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과 총리는 거국 내각에 대해 지난달 말 정도부터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며 "하지만 여야 간에 합의를 이뤄낸다는 것이 쉬운 문제이겠느냐는 판단 때문에 제안을 유보해 오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대연정 망령을 되살리고 국정 실패를 야당으로 돌리려는 꼼수"라며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강재섭 대표가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제안했던 관리 내각은 '코드'에 맞는 정치지향적인 인물이 아닌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인물을 두루 갖춰 경제·안보 전문 내각을 구성하라는 것이었다"며 "강 대표는 내각에 참여하거나 인선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청와대가 거국 내각 수용 입장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지만,민주노동당은 "실현 가능성이 없고,정권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반대했다.

홍영식·이심기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