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의 경제학 법칙] 시장경제 원리로 본 부동산 문제 7가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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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기본적으로 부동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비롯된다. 부동산은 공산품처럼 무한정 생산할 수 있는 재화가 아닌 데다 국민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른 상품과는 달리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무언가 열심히 개입하고 싶어한다.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부동산에 대한 7가지 의문에 대해 생각해보자.
1. 토지는 신의 창조물인가?
인간이 토지를 만들 수 없으므로 토지의 양은 고정될 수밖에 없다.(간척지 비중은 극히 미미) 그래서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자칫 토지소유권을 부정하는 편견으로 치달을 수 있다. 토지가 신의 창조물이라 해도 실제 문제는 시장에서 매매되는 도시용(주택·상가·공장용) 토지로 문제는 좁혀진다. 이를 시장에 맡기고 시장실패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게 토지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이다. 시장기구가 정부의 중앙집권적 의사결정보다 자원배분에서 더 우월하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됐다.
2. 우리나라는 정말 협소한가?
흔히 국토가 협소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농사지을 땅이나 산림이 부족하다는 말은 거의 없는 반면 대규모 주거단지를 만들 땅이나 수도권 공장부지가 부족하다는 말은 자주 나온다. 남한의 국토면적은 300억평(9만8480㎢) 정도. 이 중 도시지역 45억평,준도시지역 3억평 등 도시용 토지는 전 국토의 16% 정도다. 이 도시지역에 35억평의 그린벨트가 포함돼 있어 실제 도시 용도로 사용되는 토지 면적은 4.3%(13억평)에 불과하다. 통계에 따라서는 2.3%만 실제 사람이 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쓰기에 따라서는 아직 공급할 수 있는 여유가 많다는 얘기다.
또 같은 면적의 땅에도 빌딩의 고층화에 따라 활용 토지는 몇 배나 불어날 수도 있다.
3. 부동산에서 얻어지는 소득은 불로소득인가?
토지나 주택 가격이 올라 발생한 소득을 불로소득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불로소득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벌어들인 소득,즉 자기 밑천은 하나도 들이지 않고 공짜로 번 소득을 말한다. 과연 그럴까? '노력'의 결과가 저축에서 부동산으로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상속받은 부동산도 부모가 들인 노력의 결과물을 물려받은 것이며,상속세를 통해 사회환원적 성격의 세금을 냈다면 부동산만 유독 다른 재산과 다르게 취급받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로또 당첨금 세율은 33%인데 양도소득세 최고 세율은 50%에 달한다.
4. 주택은 공공재인가?
부동산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토지는 물론 주택까지 공공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공공재는 일단 생산되면 누구나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공중파TV의 9시뉴스는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공재이고,국방 경찰 도로 등도 마찬가지다. 만약 주택이 공공재라면 내집이 네집이고 네집이 내집이 되는,즉 사적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 세상이 된다. 평균 7~8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내집을 한 채 마련하는데 이것이 공공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5. 주택 공개념은 타당한가?
유한한 토지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적 소유권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도 있다. 토지 공개념이란 예를 들어 100명이 10만평의 땅을 갖고 있는데 99명이 종합위락시설 건설에 찬성하고 1명만 반대한다면 공공의 선(善)을 위해 반대자의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택지의 경우 조성·개발에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주택 공개념은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선 설 자리가 없다. 집주인에게 밤늦게 떠들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있어도 그 집을 공공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6. 분양가를 규제하면 집값은 안정될까?
분양가를 낮게 규제하면 주택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값싼 주택이 시장에 넘치는 경우에는 맞다. 하지만 해마다 새로 공급되는 주택은 전체 주택의 3~4%에 불과해 분양가 규제로 기존 주택값을 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분양가를 규제할 경우 이익을 보는 사람은 주변 시세보다 싸게 분양받은 사람 뿐이다. 제값 못받은 건설회사도 손해이고,분양받지 못해 프리미엄을 얹어 그 집을 사야하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손해가 된다. 다만 분양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낮출 수 있고 또 낮추는 것이 좋다.
7. 분양원가 공개는 효과가 있나?
분양가 규제가 주택을 싼값에 공급하자는 목적이라면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 공급업자(건설회사)들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해 주택가격도 안정될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원가로 볼 것인가도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문제다. 건설사의 무형 자산(브랜드가치,주택건설 경험 등)을 무시한 채 재료비,노무비,땅값 등만으로 원가를 정하는 것은 무리다. 같은 시기,같은 지역에서 주택을 짓는 모든 건설회사의 원가가 똑같다고 보는 것은 같은 날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성적이 똑같다고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설회사가 독점이 아닌 이상 이익을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실제 가치에 비해 너무 비싸면 소비자가 외면한다. 건설사 간 분양가 담합이 있다면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하는 것이 맞고 또 처벌도 하고 있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
<참고문헌>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동산과 시장경제'(삼성경제연구소,2006년)
△토드 부크홀츠,'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김영사,1994년)
△이학영 외,'경제기사는 하나다'(거름,2004년)
◆ 또 다른 이유들 - 합리적 기대...학습효과...베블런효과...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대책을 30여 차례나 발표했지만 부동산시장에선 마치 정부를 비웃듯 대책 발표 직후 잠시 주춤하다 다시 가격이 뛰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를 경제·사회·심리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이론을 들 수 있다. 1970년대 로버트 루카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주창한 이 이론은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모든 정보를 활용해 경제상황 변화를 합리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상되는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대출금 이자보다 훨씬 크다면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두는 게 합리적인 행동이 된다. 정부가 경기진작을 목적으로 장기간 저금리 상태를 유지했는데 이제와서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규제하는 것은 주택 실수요자 등 선의의 피해자를 낳기 쉽다.
또한 부동산시장만큼 '학습효과(learning effect)'가 잘 먹히는 곳도 드물다. 무슨 일이든 자꾸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대략 10년 주기로 재연된 부동산 가격급등은 샐러리맨이 몇년간 한 푼도 안쓰고 모아야 할 돈을 불과 몇달새 집값 상승으로 안겨줬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책이 발표되어도 얼마 뒤 집값이 또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에게 '역시 부동산이야!'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이와 함께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 집값만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에선 '베블런효과(Veblen effect)'를 읽을 수 있다. 베블런효과란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이다. 속칭 부촌에 살아야 체면이 선다고 여기는 일부 중산층들은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특정지역,특정 아파트 입주를 꿈꾼다. 그래서 강남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에선 사방이 유리여서 대낮에도 집안에서 선글라스를 껴야 하고,출근시간에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만 20~30분이 걸리지만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중산층 일부의 천박성도 한 몫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1. 토지는 신의 창조물인가?
인간이 토지를 만들 수 없으므로 토지의 양은 고정될 수밖에 없다.(간척지 비중은 극히 미미) 그래서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자칫 토지소유권을 부정하는 편견으로 치달을 수 있다. 토지가 신의 창조물이라 해도 실제 문제는 시장에서 매매되는 도시용(주택·상가·공장용) 토지로 문제는 좁혀진다. 이를 시장에 맡기고 시장실패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게 토지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이다. 시장기구가 정부의 중앙집권적 의사결정보다 자원배분에서 더 우월하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됐다.
2. 우리나라는 정말 협소한가?
흔히 국토가 협소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농사지을 땅이나 산림이 부족하다는 말은 거의 없는 반면 대규모 주거단지를 만들 땅이나 수도권 공장부지가 부족하다는 말은 자주 나온다. 남한의 국토면적은 300억평(9만8480㎢) 정도. 이 중 도시지역 45억평,준도시지역 3억평 등 도시용 토지는 전 국토의 16% 정도다. 이 도시지역에 35억평의 그린벨트가 포함돼 있어 실제 도시 용도로 사용되는 토지 면적은 4.3%(13억평)에 불과하다. 통계에 따라서는 2.3%만 실제 사람이 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쓰기에 따라서는 아직 공급할 수 있는 여유가 많다는 얘기다.
또 같은 면적의 땅에도 빌딩의 고층화에 따라 활용 토지는 몇 배나 불어날 수도 있다.
3. 부동산에서 얻어지는 소득은 불로소득인가?
토지나 주택 가격이 올라 발생한 소득을 불로소득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불로소득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벌어들인 소득,즉 자기 밑천은 하나도 들이지 않고 공짜로 번 소득을 말한다. 과연 그럴까? '노력'의 결과가 저축에서 부동산으로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상속받은 부동산도 부모가 들인 노력의 결과물을 물려받은 것이며,상속세를 통해 사회환원적 성격의 세금을 냈다면 부동산만 유독 다른 재산과 다르게 취급받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로또 당첨금 세율은 33%인데 양도소득세 최고 세율은 50%에 달한다.
4. 주택은 공공재인가?
부동산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토지는 물론 주택까지 공공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공공재는 일단 생산되면 누구나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공중파TV의 9시뉴스는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공재이고,국방 경찰 도로 등도 마찬가지다. 만약 주택이 공공재라면 내집이 네집이고 네집이 내집이 되는,즉 사적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 세상이 된다. 평균 7~8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내집을 한 채 마련하는데 이것이 공공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5. 주택 공개념은 타당한가?
유한한 토지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적 소유권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도 있다. 토지 공개념이란 예를 들어 100명이 10만평의 땅을 갖고 있는데 99명이 종합위락시설 건설에 찬성하고 1명만 반대한다면 공공의 선(善)을 위해 반대자의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택지의 경우 조성·개발에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주택 공개념은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선 설 자리가 없다. 집주인에게 밤늦게 떠들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있어도 그 집을 공공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6. 분양가를 규제하면 집값은 안정될까?
분양가를 낮게 규제하면 주택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값싼 주택이 시장에 넘치는 경우에는 맞다. 하지만 해마다 새로 공급되는 주택은 전체 주택의 3~4%에 불과해 분양가 규제로 기존 주택값을 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분양가를 규제할 경우 이익을 보는 사람은 주변 시세보다 싸게 분양받은 사람 뿐이다. 제값 못받은 건설회사도 손해이고,분양받지 못해 프리미엄을 얹어 그 집을 사야하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손해가 된다. 다만 분양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낮출 수 있고 또 낮추는 것이 좋다.
7. 분양원가 공개는 효과가 있나?
분양가 규제가 주택을 싼값에 공급하자는 목적이라면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 공급업자(건설회사)들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해 주택가격도 안정될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원가로 볼 것인가도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문제다. 건설사의 무형 자산(브랜드가치,주택건설 경험 등)을 무시한 채 재료비,노무비,땅값 등만으로 원가를 정하는 것은 무리다. 같은 시기,같은 지역에서 주택을 짓는 모든 건설회사의 원가가 똑같다고 보는 것은 같은 날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성적이 똑같다고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설회사가 독점이 아닌 이상 이익을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실제 가치에 비해 너무 비싸면 소비자가 외면한다. 건설사 간 분양가 담합이 있다면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하는 것이 맞고 또 처벌도 하고 있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
<참고문헌>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동산과 시장경제'(삼성경제연구소,2006년)
△토드 부크홀츠,'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김영사,1994년)
△이학영 외,'경제기사는 하나다'(거름,2004년)
◆ 또 다른 이유들 - 합리적 기대...학습효과...베블런효과...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대책을 30여 차례나 발표했지만 부동산시장에선 마치 정부를 비웃듯 대책 발표 직후 잠시 주춤하다 다시 가격이 뛰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를 경제·사회·심리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이론을 들 수 있다. 1970년대 로버트 루카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주창한 이 이론은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모든 정보를 활용해 경제상황 변화를 합리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상되는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대출금 이자보다 훨씬 크다면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두는 게 합리적인 행동이 된다. 정부가 경기진작을 목적으로 장기간 저금리 상태를 유지했는데 이제와서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규제하는 것은 주택 실수요자 등 선의의 피해자를 낳기 쉽다.
또한 부동산시장만큼 '학습효과(learning effect)'가 잘 먹히는 곳도 드물다. 무슨 일이든 자꾸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대략 10년 주기로 재연된 부동산 가격급등은 샐러리맨이 몇년간 한 푼도 안쓰고 모아야 할 돈을 불과 몇달새 집값 상승으로 안겨줬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책이 발표되어도 얼마 뒤 집값이 또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에게 '역시 부동산이야!'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이와 함께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 집값만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에선 '베블런효과(Veblen effect)'를 읽을 수 있다. 베블런효과란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이다. 속칭 부촌에 살아야 체면이 선다고 여기는 일부 중산층들은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특정지역,특정 아파트 입주를 꿈꾼다. 그래서 강남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에선 사방이 유리여서 대낮에도 집안에서 선글라스를 껴야 하고,출근시간에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만 20~30분이 걸리지만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중산층 일부의 천박성도 한 몫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