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적인 문제점이 최근 원화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됐다.

외국환평형기금 손실에 따른 외환정책 당국의 위축과 통화정책의 혼란 등이 환율 하락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외환은행 강지영 경제연구팀 연구원은 `월별 환율예측 보고서'를 통해 "원.엔 환율이 100엔당 700원대 안착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외국환평형기금에 대한 국정감사 등 영향으로 외환당국의 시장방어가 위축될 수 있는 점도 원.엔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지난달 1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외평기금 국감을 전후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며 "당분간은 외평기금 문제가 외환당국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만연돼 환율 공격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환당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개입이 힘들어져 달러 매도 세력들이 이를 재료로 삼기에 충분해 보인다"며 "따라서 이 정치적 사안이 마무리 된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역외세력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외환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이달 평균 945원에서 다음달 940원으로 하락한 뒤 내년 1월과 2월에는 950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정책관련 혼란이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금리인상 혼란과 원화강세' 보고서를 통해 "저금리가 부동산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일부 시중 은행들이 주택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세는 금리인하에서 금리인상으로 넘어간 느낌"이라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2주간 20원이 넘게 하락했고 원.엔 환율은 100엔당 800원선 아래로 떨어지며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11월 이후 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원화는 최근 3년간 22% 평가절상된 반면 엔화는 10% 평가절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이 돼 버린 안타까운 시점"이라며 "다른 경제 논리가 먹혀들기 힘든 분위기이지만 최근 외환시장을 보면 통화와 외환이라는 전통적인 정책조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계속 밑도는 상황에서 부동산을 제외한 국내물가는 안정국면으로 봐야한다"며 "이럴 경우 외환과 통화정책을 동시에 긴축으로 가져가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 일반적 논리이며 지금은 이러한 경제학 교과서적인 생각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의 원화강세가 달러화 약세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고는 있지만 엔화 환율이 10% 상승했는데 원화 환율만 20% 넘게 하락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금리 인하기에 비해 금리 인상기에 외환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부동산가격은 어떤 방식으로든 잡아야겠지만 사회적 비용과 효율성 측면, 외환시장을 보면 지금은 중앙은행이 강경책을 쓰기 보다는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책조합(Policy mix)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