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잊은 미니 스커트 열풍이 패션·유통업계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가을철 이상고온으로 매출 부진에 시달려왔던 의류업계가 미니 스커트 붐 확산으로 스키니 진·레깅스 등 관련 상품의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제화업계도 롱 부츠 매출 급증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추석 이후 극심한 불경기에 시달리던 재래시장에까지 '미니 스커트 훈풍'이 불고 있다.

○더위 먹은 패션업계,'치맛바람'이 살렸다

지난 8월 이후 미니 스커트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가을 더위로 트렌치 코트 등이 팔리지 않아 울상 짓던 여성캐주얼 브랜드의 매출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10일 롯데백화점 집계에 따르면 9~10월 두 달간 미니 스커트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은 전 점포 평균 15.4%를 나타냈다.

오용석 롯데백화점 여성캐주얼매입팀 바이어는 "1년 중 그 시기에 가장 많이 팔리는 여성 트렌치 코트(속칭 바바리 코트)가 같은 기간 -10%대로 매출이 역신장했음에도 불구하고,미니 스커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여성 영캐주얼 상품군 전체 매출 신장률은 10%를 넘겼다"고 말했다.

시즌 주력 상품이 아닌 미니 스커트가 패션업계를 살렸다는 얘기다.

더구나 여성들의 미니 스커트 유행 경향이 '짧게,더 짧게'로 치닫고 있어 신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게 패션업체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사두었던 스커트는 입지 못하겠다는 여성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FnC코오롱 여성캐주얼 '쿠아' 관계자는 "11월에 접어들었는데도 미니 스커트 신상품 기획에 착수하기는 패션사업을 시작한 이래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니 스커트 특수 잡아라"

미니 스커트 유행은 다른 옷의 코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미니 스커트의 유행이 이어지자 이와 어울리게 코디하기 위해 가을 재킷과 코트 상품들 중 길이가 짧은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긴 코트는 짧아진 미니 스커트 위를 덮어버려 옷 맵시가 살지 않기 때문이다.

짧아진 미니 스커트로 여성들의 허벅지가 시원하게 드러나면서 찬바람으로부터 이를 보호하기 위한 타이츠(두꺼운 재질의 보온 스타킹),롱 부츠 등의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남영L&F의 란제리 브랜드 비비안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타이츠 약 2만8000켤레(백화점 판매수량 기준)를 팔아치웠다.

지난해 같은 달(2만족)에 비해 약 35% 늘어난 것.11월 들어서도 하루 평균 1500켤레의 타이츠가 팔려나가고 있다.

연간 8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전체 스타킹 시장에서 타이츠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평년 같으면 백화점,대형 마트,재래시장 등을 모두 합쳐 240억원어치가 팔려나가야 정상이다.

하지만 속옷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는 타이츠 매출이 3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니 스커트가 타이츠 한 품목에만 60억원 이상의 생산 유발효과를 가져온 것.

○재래시장까지 '신바람'

무릎까지 올라오는 롱 부츠 판매량도 올 들어 크게 늘었다.

인터넷 장터 G마켓은 10월 한 달간 하루 평균 롱 부츠 판매량이 1만5000켤레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금강제화 '에스쁘란도' 관계자는 "11월 들어 새로 출시한 다섯 가지 종류의 부츠가 모두 미니 스커트와 잘 어울리는 롱 부츠"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속옷판매상들은 요즘 초미니 스커트 아래에 받쳐 입는 레깅스 판매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내의 소매상인 이정희 코코클럽 사장은 "백화점,대형 마트 등에 아직 레깅스를 파는 곳이 많지 않아 수요가 남대문,동대문 등 재래시장에 몰려드는 덕분에 하루 100여벌씩 팔고 있다"며 "추석때도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이었는데 요즘 들어 레깅스 덕에 장사가 좀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