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리어 전체에서 내가 성공한 여성이었던 것은 남성들이 나를 묵살하도록 용납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필요하면 그들에게 도전했고,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했다.

나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으로 내 자리를 만들어왔다."

휴렛팩커드(HP)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칼리 피오리나의 자서전 '칼리 피오리나,힘든 선택들'(공경희 옮김,해냄)이 번역돼 나왔다.

지난해 2월 회사개편 계획과 관련한 파워게임에서 밀려 이사회에 의해 해임된 그는 이 책에서 어린 시절부터 학창생활,첫 남편과의 이혼과 재혼 등 사생활은 물론 HP의 최고경영자로 일했던 시기까지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자서전의 대부분은 25세에 AT&T에 입사해 2년 만에 관리자로 승진하고 직장생활 22년 만에 사장단에 입성하는 등 직장인·경영자로서의 삶에 할애됐다.

특히 '붕대를 칭칭 감은 것처럼'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던 HP를 5년반 동안 이끌며 컴팩과의 합병과 대대적인 구조개혁 등 변화를 주도했던 이야기가 자세하다.

컴팩과의 합병을 둘러싼 위임장 경쟁,변화를 두려워하는 구세력의 저항,여성CEO를 향한 갖은 루머와 음해,자신을 축출했던 이사회의 회의 풍경까지 고스란히 담았다.

이사회의 해임 결의에 대해 피오리나는 "결국 이사회는 나를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이사들은 내게 결정사항이나 이유를 설명해주지도 않았다"며 부당함을 지적했다.

또한 책 말미에선 "회사의 2005년 결과를 보면 HP가 정말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주장하고 있다.

남성 위주의 조직에서 성공하는 비결과 일을 향한 열정,피오리나식 리더십 등도 주목할 만하다.

420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