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열린우리당사 대회의실.정계개편 논란 속에서 당 창당 3주년(11일)을 기념하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석한 의원들은 대부분 회한에 가득차거나 착잡한 표정이었다.

몇몇 의원은 눈시울을 감추지 못했다.

당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열리는 생일잔치였기 때문이다.

창당 주역인 유인태 의원은 "내년에도 또 한다면 안오는데 마지막이라니까 왔다"며 씁쓸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집권 여당이라는 위상을 감안하면 잔치판이라도 벌여야 마땅하지만 현재 당의 처지를 생각하면 기념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것 같다"며 "깃발 올린 날 간판을 뗄 걱정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당 의장을 두 번씩이나 지냈던 정동영 전 의장이 불참하고,화환도 노무현 대통령과 임채정 국회의장,한명숙 국무총리,이용희 국회부의장이 보낸 4개가 전부인 점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열린우리당은 창당 5개월 만인 2004년 4·15 총선에서 단번에 과반을 넘는 152석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역풍' 탓도 있었지만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에 거는 희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들의 여망을 등에 업고 "100년 이상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열린우리당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때 50% 가까이 치솟았던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고,지난해 이후 실시된 재·보선에서 전패를 거듭했다.

거론되는 대선주자들의 지지율도 2%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에도 "국민에게서 지지와 신뢰를 상실한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는 반성문을 발표했다.

'반성과 사과'는 창당 기념식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작년 기념식에서도 '반성과 사과,그리고 우리의 다짐'이라는 대국민 결의문을 발표했고,1주년 기념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념식 마지막에 열린우리당은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국민 여러분의 동행을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변화는 하지 않고 말로만 반성하는 '양치기 소년'의 각오를 누가 믿을 것인가.

강동균 정치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