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재경아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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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가 제일 무서워하는 말은
재경이가 삐쳤을 때 내뱉는 그 말
이제 엄마랑 안 놀아
그러고 보니 우리 재경이 지난 4년 동안
엄마랑 잘 놀아줬구나 생떼도 부리고 멸치 대가리도 떼주고 엄마 심심할까 봐
가끔 병원에 입원도 하고
재경이랑 노느라고 엄마는 앞머리가
하얗게 세는 것도 몰랐구나
그래 이제 금방이겠구나 우리 재경이가
엄마랑 안 놀고 친구랑 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재경이 같은
아이랑 엄마처럼 놀 날이
금방 오겠구나 그러니까 재경아
지금은 엄마랑 재미있게 놀자
알록달록 사탕도 나눠 먹고
파워레인저도 같이 보고
콩순이 컴퓨터도 하면서
재경아 놀자
-성미정 '재경아 놀자' 전문
참,아름다운 사랑 찬가다. 우리가 끝내 머물러야 할 곳은 금은보화가 만발한 부(富)의 제국이 아니라,이처럼 사소하고 맑은 일상(日常)이어야 하리라.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이 필요하지도 않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부족한 것을 채워주다가 때가 돼서 훌쩍 떠나보내면 그만이다. 다만 과한 기대를 거두고 그 길고도 짧은 기간의 '모든 현재'에 충실할 것. 문제는 그게 잘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늘 다짐만 하고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