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대안 마련 문제와 관련해 내일 대통령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정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출총제가 과연 폐지될지,환상형 순환출자 규제가 새로 도입될지 여부(與否)가 결정될 예정인 만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 실무자 협의에서는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는 도입하지 않고 출총제 적용대상 기업을 축소하는 쪽으로 의견접근이 이뤄져 가고 있는 모양이다. 순환출자 금지라는 새로운 규제에 대해선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인 데 따른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의 입장이 워낙 완고해 이런 내용이 정부안으로 굳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순환출자 규제 계획을 철회하고 출총제 대상기업을 대기업집단의 중핵기업으로 축소한다면 기존의 공정위안(案)을 그대로 강행하는 것보다 물론 낫기는 하다. 순환출자 금지 제도가 도입될 경우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공세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고 그리되면 나라경제 전체에도 엄청난 파급영향을 몰고올 게 불을 보듯 뻔한 까닭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설령 이런 식의 정부안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납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겉으론 공정위가 큰 양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출총제의 골격(骨格)이 그대로 유지되는 결과로 연결돼 투자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규제대상으로 거론되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투자 여력이 있는 몇 안되는 기업들인 데다,출자 규모도 출총제가 적용되는 기업들의 출자 금액 중 80%가량이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출총제 폐지는 애초 기업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논의돼 왔던 것인데 이런 기업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계속 묶어놓는다면 도대체 무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누누히 강조해왔 듯 출총제는 아무런 조건없이 즉각 폐지돼야 마땅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까지 동원해 기업 활동을 억누르면서 다른 한 쪽에선 투자를 독려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단안을 내려야 한다.